[스포츠인문학]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미국의 스프링필드대학은 원래 YMCA 훈련학교로 설립된 대학으로 체육교육의 우수성과 스포츠명문대학이다. 1891년 12월 이 대학의 체육관 관리 감독관이었던 루터 굴릭박사는 제임스 나이스미드박사에게 겨울동안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경기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겨울 실내운동으로는 체조경기나 유연성 체조 정도였다. 나이스미드박사는 축구, 럭비, 하키, 풋볼 등을 변형한 새로운 게임을 시도했다.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나온 것이 축구공과 복숭아 바구니를 이용한 것이었다. 체육관 양쪽에 10피 높이로 복숭아 바구니를 골대로 세워 여기에 풋볼 공을 넣는 경기를 고안한 것이다. 팀을 나누어 서로 움직이면서 공을 바구니에 던져 넣으면 점수가 되는 경기였다. 이것이 바로 농구의 시초가 된다. 이 경기방식은 바로 성공을 거두었고, 스프링필드 대학을 중심으로 북미의 고등학교와 대학에 보급되면서 교육과정으로 채택되었다. 제임스는 이 경기가 바로 성공을 거두었고, YMCA는 농구의 본부가 되었다.

농구의 유행은 급속도로 북미지역으로 확대되었고, 경기규정을 비롯해 19세기에 일반화된 의학과 심리학을 적용하고 여성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만든 이가 있었다, 스미스대학의 체육교사였던 센더 브랜슨이었다. 그녀는 당시 농구가 남성들에게는 거친 운동이었고, 여성들에게는 맞지 않는 내용이 많은 것을 보고, 여성 전용으로 만든 기술로 서로 주고받는 패스를 만들었다. 럭비식으로 돌진하던 남성 경기들과 달리 상당히 세련된 경기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것이 여성 농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고, 16년 뒤에는 남자농구도 이 경기방식이 채택되었다. 당시의 경기규칙을 보면, 상대 선수로부터 공을 빼앗는 것은 금지되었고, 팀은 최소한 6명이상 최대 9명으로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00년에 남자코치들이 각 팀의 인원을 5명으로 하자는 의견에 따라 규정이 변경되었으며, 1901년 대학리그가 시작되었다.

1907년 황성기독교청년회(YMCA) 초대 총무이자 미국인 선교사인 질레트(한국명 吉禮泰)가 경성에 농구를 유입했다. 그리고 1916년 미국인 반하트가 YMCA 간사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프로그램으로 지도가 이루어졌다. 그 후 1920년 3월 12일 YMCA 회관에서 재경성 서양인 팀과 YMCA 회원 팀이 시합을 가졌다. 그리고 같은 해 3월 30일 YMCA 농구팀은 반하트와 현동완 감독의 인솔로 일본 도쿄로 최초 해외 원정 경기가 있었고, 1925년에는 서양 여자팀과 이화 학당 여학생들 간에 농구 경기가 개최되어 여학생들에게도 보급되기 시작되었다. 1925년 9월에는 조선바스켓볼협회가 창립되었고, 1927년 3월에는 일본 도쿄 YMCA 체육부 간사였던 브라운을 초빙하여 본격적인 선수를 위한 농구훈련 및 지도가 시작됐다. 그리고 1931년 4월에는 조선농구협회가 설립되었고, 5월에는 조선체육회와 YMCA 공동 주최, 동아일보사의 후원으로 종로 YMCA 뒤뜰에서 제1회 전조선 농구선수권대회가 개최되었다. 4일간 펼쳐진 이 대회에 13개 팀이 출전해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가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렇게 출발한 우리나라 농구는 미국에서 농구가 발명된지 100년이 된 1990년대 미국 프로농구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우리 농구는 1990년대 미국 중심의 글로벌화를 지향하며 제도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1997년 프로농구출범이후 국제농구시장에서 미국의 하부리그와 같은 세계 프로농구의 변방의 길을 걸어 왔다.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고, 지도자들의 리더십 문제 등으로 사실상 국제경쟁력을 상실해 버렸다.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프로농구가 미국식 농구 시스템만을 모방하기에 급급했고, 한국 농구의 정체성을 마련하기 위한 협회나 지도자들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프로농구가 미국의 NBA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수육성시스템을 보완하고 우수선수발굴과 아마추어클럽 육성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농구팬을 잃어서는 안된다. 코로나-19로 경기장을 찾지 못하지만 올 겨울 TV앞에 응원할 농구팬들을 위해 협회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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