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사람보다 더 능력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말했다. 교사는 가장 먼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를 접했을 때의 놀라움이 컸다. 영상미와 상상력은 내 좁은 시야를 넓혀 주었고, 심오한 공존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했다. 아바타는 외계 행성 토착민(나비족)의 DNA로 만든 모형에 인간 신경망과 의식을 연결하여 원격조정하는 또 다른 '나', 즉 '분신'을 말한다. 따라서 아바타가 목숨을 잃으면 현실의 나도 목숨을 잃게 될 정도로 '생리적 연결'이 된 것이다. 아바타를 본 후, 다가올 미래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에 몰입돼 흥분하며 주변 사람들과 그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ALPAGO)'가 무한대의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 대결에서 신의 경지에 오른 이세돌 9단을 이겼다는 사실은 굉장한 충격을 주었다.

교육의 영역에도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해 교사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미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무인 점포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제 자동차는 스스로 운전한다. 암을 진단하는 왓슨(Watson)과 수술을 잘하는 다빈치(Davinci)가 나왔고, 인공지능변호사 로스(ROSS)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뉴욕의 대형 로펌에 취직했으며, 2천800만명의 팔로워를 지닌 사이버 가수 겸 모델 릴 미켈라(Lil Miquela)는 유명 브랜드 화보를 찍고 인터뷰를 하는 등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달라졌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은 '교육'에 있어 비대면 교육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만들었다. 교육현장은 '비대면'과 '비접촉'이라는 상황 속에서 교육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혼란 속에서 원격수업이 시작됐다. 원격수업이 지속될수록 인공지능교사가 인간교사를 대체할 거란 예상과 달리 인간교사와의 대면수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집에 갇힌 아이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그를 둘러싼 가족과 사회의 순환이 마비되면서, 사회적 소통을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왜 교사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할까? 아이들은 우주의 별처럼 모두 다른 존재들이다.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라 다양한 배경지식과 생각의 틀을 지닌 인간을 인공지능이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교사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딪히며 아이들 하나 하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진단해 삶을 주제로 배우고 익혀 그들의 삶 속으로 온전하게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별 것 아닌 것 같은 순환 속에서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며 성장한다. 그런데 어찌, 인간적인 모습을 간과한 채, 인간의 일을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김수정 음성 동성초 수석교사
김수정 음성 동성초 수석교사

물론 미래형 첨단기술은 인간에게 인공지능(AI) 이식을 통해 만들어진 포스트휴먼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포스트 휴먼(Post human)은 '현 인류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존재로서 지식과 기술의 사용 측면에서 현대 인류보다 월등히 앞설 것이라고 상상되는 진화 인류'다. 교사의 뇌에 인공지능이 연결돼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과연 교사는 대체될 수 있을 것인가? 부디 기계와 인간이 경쟁하는 미래가 아닌 상생을 통한 풍요로운 미래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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