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범욱 공군사관학교 발전후원회 명예회장·㈔한국수필가연대 회장

동지를 앞두고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의 문턱이다. 송구영신의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새해를 맞을 시기 임에도 산란해 지는 우리의 앞날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가니 꼼짝달싹 못하는 영어(囹圄)의 신세다. 눈이 내리니 산으로 들로 나서고 싶지만 조류독감으로 그것도 성큼 나서지를 못하고 있다. 동지섣달 긴긴밤은 암흑과 적막의 지나침이다. 그래도 지난 밤을 지새우며 멀리 미국에서 열리는 US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를 생중계로 보니 나름대로 위안이 된다.

2020년 12월 15일 이른 아침 미국의 남단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GC에서 열린 75회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국의 골프여제 '김아림'이 우승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당초 6월에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미뤄졌으며 최종일 경기도 악천후로 하루 연기됐다. 김아림은 PAR71 코스서 4회연속 281타로 3언더 파를 기록했다. 마지막 16, 17, 18번홀을 버디로 장식, 역전우승하며 상금 100만달러의 주인공이 되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2언더파로 2위를 기록했다.

1998년 IMF의 금융위기 시절 박세리는 US오픈 마지막 경기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을 하며 실의 빠졌던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이후 여자 골프대회는 한국인 낭자들의 독무대였다. 더구나 이번 대회는 갤러리도 없는 골프장에서 한국여자들의 텃밭이 되어 코로나로 찌들린 국민의 마음을 또다시 위로해줬다. 김아림은 장타에 코로나로 인한 결선도 없이 그것도 최초로 참가해 메이저대회 여왕의 자리에 등극했다.

한국의 골프는 오랫동안 비난의 대상이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국가 홍보의 주역이 되었다.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사로 '지고 이기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번 대회 3위인 '시부노 히나코'는 일본인 유망주다. 똑같은 시간대인 일본에서도 밤새워 지켜보며 얼마나 실망했을까 상상도 해보았다. 2위 '에이미 올슨'은 미국인으로 한국의 여성골퍼들이 미국에서 한국의 위상을 올리며 일본과 미국을 굴복시켰다. 우리의 삼성이 일본의 소니를 제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범욱 공군사관학교 발전후원회 명예회장
이범욱 공군사관학교 발전후원회 명예회장·㈔한국수필가연대 회장

지난 11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 첫 출전해 준우승한 프로골퍼 임성재는 청주 출신이다.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최경주'의 3위를 능가하는 최고의 기록이다. 체력이나 본인의 노력과 의지를 볼때 서구인에 뒤지지 않는 조건의 골퍼다. 코로나가 물러날 내년 봄이 되면 마스터스 골프대회의 우승을 점 찍어 본다. 방탄소년단이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연예인'이 돼 한국어 노래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이 전 세계로 울려 퍼진다. 이제는 외국인도 한국어를 배우고 원어로 한국노래를 즐기는 시대가 되어가니 정치적인 권력다툼이나 정쟁만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문화예술, 운동으로 국가적 위상을 한층 드높일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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