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지역 과수화상병 발생 모습. / 중부매일DB
충북지역 과수화상병 발생 모습. / 중부매일DB

코로나19에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등 감염병으로 인해 일상의 보건에서 먹을거리까지 우리 삶이 위협받고 있다.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과수들도 예전에 없던 새로운 병원균에 의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충북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과수화상병이 그것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로 인한 충북의 매몰면적만 280㏊가 넘는다. 전국피해 면적(331㏊)의 85%에 이르며 지난해 도내 피해면적 89㏊의 3배에 이른다. 더구나 최근에는 해마다 발생해 연례행사나 다름없을 정도로 빈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국내에 처음 발생한 뒤로 충북은 거의 매년 과수화상병에 의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 치료가 안돼 한번 발생하면 주변 과수까지 매몰처리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보니 피해정도도 상당하다. 게다가 한번 발생한 곳은 한동안 과수재배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다른 작목에도 영향을 준다. 이처럼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감염과정도 잘 모르고 소독 등 방제작업도 별 효과가 없어 지금으로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파경로를 추정할 수 있는 역학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발생지역에 따라 그 경로를 분석한 것인데 나름의 성과가 예상된다. 성에 차지는 않지만 권역별 맞춤형 방제전략과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차단효과는 기대된다. 방제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하는 셈이다. 당장 올 겨울 예방수칙 준수가 관건이지만 내년 성과에 따라 통제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발견된지 240여년이 됐어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는 간단치 않은 병해(病害)인 만큼 대응방안이라도 마련된다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조사결과 올 과수화상병은 앞서 국내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병원균이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존에 발생했던 지역의 연속 발생은 농장 주변에 남아있던 병원균이 개화기 꽃 감염 등에 의해 확산된 것으로 역학조사단은 판단했다. 충북의 피해 대부분을 차지하는 충주·제천의 경우다. 올해 새로 번진 진천, 충남 아산은 작업도구나 감염 묘목에서 옮겨진 것으로, 해를 건넌 경기 안성, 충남 천안 등은 이전의 과수 궤양 등에서 병원균이 활성화된 것으로 추정하는 등 권역에 따라 경로가 제각각이다.

결국 매년 되풀이되는 과수화상병은 남아있던 병원균이 해를 넘겨 곤충이나 비·바람 등에 의해 확산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즐겨 찾는 사과, 배 등의 과수가 말라죽는 이 병은 반드시 뿌리뽑아야 하는 최악의 식물병이다. 관련 농작업자·장비 이동부터 매개 곤충·야생동물 차단 등 거리두기가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먼저 발생지 토양·부산물과 묘목 유통 등의 철저한 관리와 과수 궤양 제거를 해야 한다. 봄철 개화기까지 감염요인과 가까이 하지 않는 선제적 대응이 내년 과수화상병에 대한 걱정을 더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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