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 청주시 상당공원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이 '11.8도'를 가리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들 힘든 시기이나 어려운 이웃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는 작은 정성이 필요할 때 이다. / 김용수
기부문화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 DB

코로나19로 인해 소비를 비롯한 경제상황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기부 손길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예년같으면 이맘때 이어졌던 복지시설 등을 찾는 발길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직접적인 접촉은 어쩔수 없다고 해도 모금활동 등 비대면 기부조차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개인 기부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지만 올해는 유독 그 정도가 심하다. 코로나 한파에 더 얼어붙은 모양새다. 무엇보다 1년내내 지속되면서 국민들을 옭아매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의 영향이 크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대출로 연명해 온 상당수의 업소들도 한계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올 겨울 백척간두에 서 있는 형편이니 기부는 언감생심이다. 서비스 업종의 경기부진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빈곤층이 늘어나는 등 주머니가 가벼워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주52시간 근로 확대에 적지않은 근로소득자들도 긴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경우처럼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이 아니어도 긴장과 불안속에 침체된 사회분위기는 기부문화를 움추러들게 한다. 외부활동 위축은 많은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게다가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무력감에 병상부족, 외국과의 백신 디바이드(격차) 등 갈수록 불안감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내 코가 석자인 처지에 주변을 돌아보기란 쉽지 않다. 기부를 위해서는 주머니의 여유보다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다. 거듭되는 경기침체속에서도 희망을 나눠왔지만 코로나를 넘기에는 힘이 부치는 듯 싶다.

이같은 안팎의 여건은 각종 모금현황으로도 확인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달부터 시작돼 내년 1월말까지지만 충북은 현재 30℃에도 못미친다. 목표금액도 61억원 규모로 전년비 20% 가량 줄였지만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충청권중에서도 큰 격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129억원을 목표로 하는 충남이 40℃에 조금 못미칠 뿐 대전과 세종은 모두 넘어섰다. 예년처럼 연말연시를 앞두고 기업·단체의 기부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이들 역시 어렵기는 매일반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심리적 여유마저 졸아들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몇년새 따뜻했던 바람에 모처럼의 동장군 기세가 더 춥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럴때일수록 어려운 이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절박함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작은 손길도 여럿이 모인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 여론조사 결과 선물 등 크리스마스 예상비용이 17만여원에 달한다. 나눔의 여지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코로나에 묻힌 2020년 대한민국 연말, 기부의 온정조차 느끼기 어려워 더 서글퍼지는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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