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연말쯤이면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올해의 단어나 문구를 찾아보는 일이다. 한 해 동안 사람들 사이에 회자 되면서 그해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국의 콜린스 사전이 '봉쇄(Lockdown)'를 '2020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콜린스는 봉쇄를 '여행이나 상호작용, 공공 공간에 대한 접근이 엄격히 제한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는 올해 쇼핑 키워드로 '코쿤(COCOON)'을 꼽았다. 이베이코리아는 코쿤을 코로나(COrona), 걱정(COncern), 온라인(ONline) 등 3개 단어로 조합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야외 활동이 위축된 채 집안에만 갇혀 있는 우리 모습을 누에고치(코쿤족)에 비유한 것이다. 페이스북 화제의 키워드 중 하나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집콕(Stay Home)' 문화였다. 이들은 2020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됐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앞으로 몇 달간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며 현재의 경기하강에 대해 '우리 생애에서 가장 혹독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관련 소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내년 경제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연구원장과 경제?경영학회장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2022년 전후에야 한국 경제가 그 이전 상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타격에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져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지금 가장 빠르게 이를 떨쳐내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코로나19로 연일 폭락하던 증시는 연말에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코스피?코스닥 모두 고점을 돌파 중이다. 주가는 기업가치의 합이다. 시장은 늘 좋은 기업을 찾고 그 미래 가치에 투자한다. 이는 우리 기업이 위기에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의 한 경제주간지가 스타트업 투자자(엑셀러레이터, VC)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창업생태계 펀더멘털은 건강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대기업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인재 배출의 통로가 됐다고 분석했다. 2021년 유망 분야로 바이오?AI?이커머스와 SW?데이터 분석 등이 꼽혔다.

정부도 발 빠르게 내년과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정부는 디지털 뉴딜 성공의 초석이 될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VR?AR을 포괄하는 '가상융합기술(XR)'이 일상과 산업구조 혁신을 이끌며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융합경제 선도국가 실현을 비전으로 2025년까지 가상융합경제의 경제적 파급효과 30조 원 달성, 세계 5대 가상융합경제 선도국 진입이 목표다.

충북경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만큼 제조기반이 튼실하다는 증거다. 지금의 고용 위기 속에서도 지난 11월 기준 충북 고용률은 69.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p 상승했다. 수출 상위 10대 지자체 중 11월까지 누적 수출금액이 전년도 금액을 넘은 곳은 충북이 유일하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충북 비중이 작년 4.1%에서 4.8%까지 확대됐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의 정책 수단들은 충북의 내실 있는 제조·바이오?의료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XR 기술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광학, 게임엔진, 그래픽스, 콘텐츠를 아우르는 종합기술로 인정받는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를 내다보는 선제적 대안 마련이 필요한 때다. 올해의 경제위기가 조기에 종식되고 내년의 강한 반등과 신속한 회복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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