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이야기] 김동례 청주공업고등학교 수석교사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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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초겨울의 문턱입니다. 오색단풍으로 물들었던 아름다운 10월이 가고 아스라이 퇴색된 단풍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아쉬워지는 시간입니다. 쪼그라드는 나뭇잎이 떨어지기 전에 산에 올라가고 싶어 주섬주섬 겨울 채비를 하고 49번째 문장대를 향했습니다. 유난히 짙은 안개가 설레는 마음을 조금은 두렵게 만들었지만 산을 향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향했습니다. 2013년 8월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에 문장대를 한 번 올라야겠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 가득 담아 산을 올랐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홀로 선택한 첫 번째 산행을 하면서 청아한 물소리, 시원한 바람, 짙푸른 녹음이 정말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산행이 주는 행복이 너무나도 커서 20번을 올라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목표를 세운 후 수시로 시간 내어 2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문장대는 너무 험하지 않아 지치지 않는 산입니다. 계절이 바뀌어 산의 모습은 매번 바뀌고 저 또한 산을 오를 때마다 자신의 모습 또한 변화되어가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산에서 용기를 얻게 되고,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는 뒤엔 겸손해야 함을 깨닫게 되며, 무엇보다 삶 속에서 일상적인 한 주를 돌아보고, 또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를 계획할 수 있어서 산행은 늘 저의 삶을 준비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새해 첫 날 저녁 딸아이가 "어머니 30번을 더 계획 세워 50회를 오르시면 어떤지요?"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설레였습니다. '다시 계획을 세워볼까'하는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다음 날 산행할 생각에 겨울 옷가지를 단단히 챙기고 2015년 1월 2일 아침 일찍 문장대를 향했였습니다. 다시 계획을 세운 그 날은 맨 처음 산에 올랐던 기분으로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새해 시작하면서 한 해를 설계하는 등산이었습니다. 산은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한없이 푸근히 안아줍니다. 변화돼 가는 자연의 법칙 앞에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삶속에서 저의 작고 편협된 생각을 더 넓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지혜를 주며, 무엇인가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좀 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여유와 인내를 주었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사유할 수 있어서 인간은 또한 위대한 존재인가 봅니다.

뚜벅뚜벅 오른 49번째 문장대. 유난히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반겨주었습니다. 마음은 탁 트였습니다. 다소 쌀쌀한 바람결 속에 어느새 활짝 웃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소소한 반찬 몇 가지와 밥을 먹으며 행복했습니다.

한 번 오르겠다고 했던 생각이 어느새 8년째 오르고 50번째의 목표 지점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생각을 담으면서 올랐던 매번의 산행이 좀 더 견고한 나의 삶을 이끌어주었습니다. 묵묵히 하산하면서 감사함이 떠올랐습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면서, 안전하게 오르도록 정돈해준 사람들의 손길에, 그리고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시도록 허락된 이 시간이 매우 감사했습니다. 또한 그리운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김동례 청주공업고등학교 수석교사
김동례 청주공업고등학교 수석교사

전화 한 통으로, 그리고 차 한 잔 나누면서 추위 속에 따스한 마음을 나눠봐야겠습니다. 이 해가 가기 전에 목표인 50번째 산을 오르려고 합니다. 추운 겨울바람을 헤치고 오르는 그 날 저에겐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다시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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