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살리는 '즐거운 불편', 뿌듯함은 '덤'

대전 대덕구 기획홍보실 염혜리, 김혜진, 이수원, 류정아 주무관이 개인 텀블러와 나무 칫솔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대전 대덕구 제공
대전 대덕구 기획홍보실 염혜리, 김혜진, 이수원, 류정아 주무관이 개인 텀블러와 나무 칫솔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대전 대덕구 제공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대전 대덕구 공무원들이 기후위기 대응 실천에 나섰다.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플라스틱 칫솔 대신 나무 칫솔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채식을 한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지구를 살리는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생겼다. '그린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7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대전 대덕구 공무원들을 만났다. / 편집자
 

나무칫솔
나무칫솔

"텀블러를 사용하면서 플라스틱과 종이컵 쓰레기 배출량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염혜리) "나무칫솔은 친환경적인 느낌이라 마음에 들어서 가족들에게도 하나씩 선물했어요."(이수원)

기후위기 대응을 실천하고 있는 대전 대덕구 직원들은 '그린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구 차원의 7대 캠페인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출신으로 환경문제 해결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는 박정현 구청장은 역대급 장마와 잦은 태풍 등 기후위기가 현실화되자 대덕구 직원 모두에게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을 제안했다.

채식하는 날, e-메일 지우기, 나무칫솔과 텀블러 사용(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종이사용 줄이기, 안 쓰는 전기코드 뽑아놓고 점심시간 소등, 주1회 대중교통 혹은 도보로 출근하기, 플라스틱 재활용 분리수거 제대로 하기 등 일곱 가지다.

"처음엔 불편해도 익숙해지면 뿌듯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던 구청장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대덕구 기획홍보실 류정아 주무관은 "나무칫솔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양치를 할 때 나무향이 나서 좋고 환경을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혜진 주무관은 기대를 품게 됐다. 김 주무관은 "처음에는 텀블러를 챙겨 다니고 관리하는 것이 다소 귀찮기도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생활습관을 바꾸면 환경보호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식하는 날
채식하는 날

대덕구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의 주원인인 축산업의 배출가스 감소를 위해 주1회 '채식하는 날'을 운영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아마존의 훼손된 살림 70%가 축산업으로 파괴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70년에 비해 10배가량 증가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70년 5.2kg에서 2016년 51.3kg으로 증가했다. 육식수요 증가로 축산업 부지 마련을 위한 산림파괴도 심각해졌다. 채식하는 날은 전 직원이 저탄소 녹색생활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캠페인 추진 배경에는 채식 식단이 직원들을 더욱 건강하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자리하고 있다.

대덕구의 기후위기 극복 실천 캠페인 중에는 '불필요한 e-메일 지우기'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택트 업무환경이 증가하면서 e-메일 송신과 수신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 e-메일 이용 시 전송, 저장을 위한 데이터센터 운영에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문제를 주목했다.

지난 11월 대덕구 회계정보과는 새올행정시스템에 팝업창을 띄웠다. 내용은 이렇다.

'불필요한 e-메일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e-메일은 데이터센터에 쌓이게 되는데, 데이터센터에서 저장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전기를 사용하면서 수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매주 수요일을 '불필요한 e-메일 지우기' 날로 운영하면서 메일 보관주기 설정부터 바꿨다. 메일함 보관주기를 3개월 이내로 단축 설정하고 기간이 경과하면 자동 삭제되도록 했다.

대덕구에 따르면 메일 1건당 탄소배출량은 스팸메일 0.3g, 일반메일 4g, 첨부메일 50g이다. 지역사회로의 캠페인 확산을 위해 현재 대덕구는 유관기관 동참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아이스팩 수거
아이스팩 수거

코로나19로 인해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배달문화 확산으로 쓰레기 배출량도 평소보다 20% 증가함에 따라 7월부터 폐비닐·페트병 분리배출 요일제도 시행하고 있다.

요일제를 잘 지켜 품목별 배출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활용율을 높이고 쓰레기 발생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시행 초기이지만 효과도 확인했다. 재활용율이 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덕구는 주민들에게 '버리스타'가 되어줄 것을 당부한다. '버리스타'는 쓰레기가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잘 버리고, 덜 버리는 지구의 스타를 말한다.

매주 월·화·수요일에는 종이, 캔, 병, 스티로폼, 일반 플라스틱을 분리 배출하고 목·금·토요일에는 비닐과 페트병만 배출하는 일상이 대덕구 주민들에게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No 플라스틱'을 실천하고 있는 구청장의 동참 호소에 주민들이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텀블러를 휴대하고 일회용 컵 사용하지 않기,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사용,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를 짜서 배출 하는 등 구청장의 작은 실천이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커피를 하루 한 잔씩 먹는다고 가정할 때 한 달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컵은 20개, 1년이면 240개를 줄일 수 있다. 참여자가 10명이면 2천400개, 100명이면 2만4천개, 10만 명이면 2천400만개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환경오염을 막고 지역상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시한 '아이스팩 재활용 활성화 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7월부터 8월까지 약 4천개의 아이스팩을 수거해 시장 상인들에게 무상으로 배부했다.

대덕구의 실험은 불편함을 직면하는 생활습관 변화에서 시작한다. 기꺼이 불편해지자고 손 내미는 것으로 자발적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안 쓰면 불편하겠지만, 그 불편함을 극복하면 심각한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고, 작은 노력과 배려가 우리 후손들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호소가 시민들의 참여와 지역사회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대덕구 기획홍보실 염혜리 주무관은 "텀블러를 사용하면서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 재활용 봉투 값도 덜 들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횟수도 줄었다"면서 "무엇보다 스스로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공무원들이 시작한 작은 실천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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