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세상에 나온 지 16개월된 아이가 어른들의 잔인한 학대와 폭력 때문에 세상을 떠난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그전에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누구도 그 아이를 구하진 못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정부는 가정에서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가해자와 떨어져서 따로 보호받을 수 있게 피해 아동 쉼터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그 쉼터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고 또 힘들게 자리가 나더라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해서 형제나 남매가 생이별을 해야 하는 일도 많아졌다.

충북 진천의 6살, 7살, 9살 3남매의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는 정부의 아동 돌보미 서비스 제공도 거부했다. 청결하지 못한 집에 방치된 아이들을 당국은 학대로 판단해 3남매를 아버지와 분리해 쉼터로 보내려 했다. 그런데 진천에는 여아용 쉼터만 있을 뿐, 남동생 둘은 다른 지역에 있는 남아용 쉼터로 가야 했는데 그곳도 정원초과라 못 가게 되었다. 결국 3남매는 타지역 양육시설로 보내졌고, 어린이집과 학교를 옮겨야 했다.

이것은 비단 진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원 초과는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쉼터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2020년 10월 기준 여아용 42곳, 남아용 29곳, 공용 1곳으로 모두 72곳에 불과하다. 2015년 46곳에서 26곳 더 늘어났지만 지난 5년간 학대 판단 건수는 2015년 1만1천715건에서 2019년 3만45건으로 약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해야 하는 분리 보호 조치는 2018년 3천287건, 2019년 3천669건으로 해마다 3천 건 넘게 발생하지만 쉼터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지난해 기준 472명에 불과하다.

결국 쉼터는 365일 정원 초과 상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 아동 수천 명은 쉼터에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양육시설이나 친척 집 급기야는 학대가 일어나는 원가정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학대방지 대책에는 쉼터 확충으로 인프라를 과감히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에 쉼터 운영예산을 나눠 내야하는 지방자치단체에 확충 계획을 조사했다. 19개 지자체가 쉼터 20곳을 신청하였으나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것은 10곳뿐이었다. 쉼터를 늘리겠다며 신청하라고 해놓고선 예산을 짤 때는 뒤로 미룬 것이다. 어렵사리 신청한 지자체의 요청대로 20곳이 모두 신설되더라도 전국의 쉼터는 90여 개이다. 해마다 3만 건씩 일어나는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수용하기에는 그래도 부족하다.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박미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아이들을 우리 국가가 제대로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국가 존립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감한 개선이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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