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가 발생한 충남 천안시 성환읍의 체험농원. /천안시 제공
 

매년 겨울이면 가금류 축산농가들은 'AI 악몽'에 시달린다. 때론 해를 거르기도 하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의 피해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발생지와 주변 농가의 직접적인 피해도 그렇지만 이동제한이나 반출중지 등으로 인한 관련 업계의 손실 또한 상당하다. 더구나 피해 규모가 크고 발생 지역이 전국적인 경우 온 나라가 몸살을 앓게 된다. 지난 2016년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줬다. 그런 까닭에 첫 발생 한달여만에 30건이 넘은 올해도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올 겨울 또 다시 가금류 농장을 덮친 고병원성 AI 발생은 예전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 집중되는 양상이었다면 올해는 각각의 발생농장간 연계성을 찾기 어려운 산발적 발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방역당국에서 농장간 전파보다는 철새에 의한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일주일새 9건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가금류 농장의 자체 방역활동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달새 30건이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도 크지만 다양한 지역적 분포가 더 걱정이다. 인근 농장간 전파가 두드러지지 않은 것은 조기 예찰과 빠른 대응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현재 시행하는 발생농장 3㎞내의 예방적 살처분이 윤리나 환경적으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나름 기여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고병원성 AI를 막기 위해서는 철새 등 자연상태의 전파 차단이 우선이다. 발생농장에서 소독·방역시설 미비, 수칙 미준수 적발이 잇따라 이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확산 속도 등을 따졌을때 아직 정점에 이르지 못한 듯 싶지만 벌써 피해 가금류가 1천만마리에 육박한다. 지난 2016년 전국 피해규모 3천만마리와는 큰 격차가 있으나 안심할 단계가 아닌만큼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당시 충북에서만 농장 108곳에서 390만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올들어 지금까지 발생한 2곳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오리 휴지기와 축산관련 차량·종사자 이동중지, 개별 방역·소독 등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방역대응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AI 악몽'이 인근·계열 농장간 전파에서 비롯됐다면 지금은 다른 경로가 주요인인 셈이다. 이제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농장별로 확연한 방역자세와 수준 차이를 줄여야 한다. 철새 등에 의한 전파 역시 대응에 따라 뚜렷하게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AI발생은 농가, 관련 업종은 물론 서민살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4년전 AI때는 계란값이 2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는 수출쪽에서 제동이 걸려 홍콩이 29일 일부지역 수입중단을 결정했다. 규모와 양상의 변화에 따라 대응을 바꿔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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