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머리를 너무 높이 들지 마라. 모든 입구는 낮은 법이다.'란 영국 속담이 있다. 누구나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겸손하기는 쉽지 않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만이 겸손 할 수 있다. 겸손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기를 높이는 것임을 깨달아야한다. 그러므로 항상 나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교만은 자신이 남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 솔로몬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고 했다.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맹사성은 19살에 장원급제하여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되자 뛰어난 학식과 높은 벼슬로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고을에서 유명하다는 무명 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 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은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자 무명 선사가 녹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그를 붙잡았다. 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 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그만 머리를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맹사성은 이날의 교훈을 잊지 않고 몸을 낮춰 훗날 조선의 청백리요, 명재상이 되었다.

무릎을 꿇고 비석을 다듬는 석공이 있었다. 석공은 땀을 뻘뻘 흘리며 비석을 깎고 다듬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 비석에 명문을 각인했다. 그 과정을 한 정치인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작업을 마무리 짓던 석공에게 다가가 "나도 돌같이 단단한 사람들의 마음을 당신처럼 유연하게 다듬는 기술이 있었으면 좋겠소. 그리고 돌에 명문이 새겨지듯 사람들의 마음과 역사에 내 자신이 새겨졌으면 좋겠소."라고 말했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그러자 석공이 대답했다. "선생님도 저처럼 무릎 꿇고 일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데드 터너는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나는 완벽했을 것이다'라고 했고, 영국의 제독 넬슨은 "내가 성공한 것은, 어느 때이건 반드시 15분 전에 도착한 덕택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른다. 바다는 강보다 낮기 때문이다. 바다는 겸손함으로 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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