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안광석 충북시인협회장

늦게 첫눈이 내렸다. 적막한 세상을 하얗게 한 폭의 수채화로 아름답게 물들여 놓았다. 폰에서 전화 신호음이 울린다.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누가 이 새벽에 전화를 하지…. 받을까 말까 생각하다가 누운 채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0000번 차주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제가 차를 긁혀놨습니다. 미안하지만 나와 주실까요?" 시계를 보니 6시인데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것 같다.

밖에 나가 보았다. 컴컴도 하지만, 차를 훑터 보니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다.

"어디를 부딪친 건가요?" 젊은이가 폰 불빛으로 가르치는 곳을 자세히 보니 약간의 흠집이 생겼다."차를 빼다가 대었는데 죄송하다며 변상을 해 주겠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새벽녘에 더구나 흠집도 잘 안보여 그냥 가도 될 수 있는데, 그의 공손한 행동과 옳은 마음에 오히려 내심 고맙게 생각되어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괜찮으니 그냥 가라고 했다.

그는 아니라며, 지금 바삐 일하러 가야해서 저녁에 온다며 명함을 주는데 00철물점이었다.

사실은 내 차는 몇 군데 흠집이 생겨 있어도 그냥 타고 다니고 있는 처지었다.

저녁에 사고를 낸 젊은이가 찾아와서 우리 철물점 사장님이 주시는 거라며 봉투를 내밀었다. 사장님께 애기 했더니 사고내고 그냥 왔다며, 차 수리 하는데 쓰라고 20만원을 주면서 고맙다고 전해 달란다. 두 사람의 천사 같은 진실한 마음을 알고서 거절 할 수 없어 받았다.

나는 잠자리에 들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기었다.

요즘은 자기본위로 살며, 자기 생각만 하는 세상인데 두 사람의 마음을 떠 올린다.

그는 철물점 운전사로 근무하는 직분에서 경주를 바삐 가야 한다는데도, 누가 보지도 않는 이른 아침에 양심을 갖고 전화까지 하며 사과하는 자세를 음미해 본다. 나는 운전이 좀 서툴러 잦은 접촉 사고를 낸다. 과연 이런 처지에서 나도 젊은이처럼 옳은 행동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반문해 본다. 나이 고희를 넘어 인생 2모작으로 살고 있는 문인으로서 혼신을 다해 글을 써 왔는가?

 안광석 충북시인협회장

특히 코로나19로 생활양식을 바꿔 놓아 비대면 시대로 먹먹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는데, 생기를 북돋아 주는 것은 문학으로 시(詩)라고 생각된다. 나는 시와 수필을 쓰며 독자들과 함께 호흡 할 수 있는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글을 썼는가? 나에게 주어진 직분에 충실 했는가?

코로나가 1년 동안 지속된 어려운 여건 속에 경제적 어려움도 있을 터인데도 실의를 잃지 않고 생활하는 젊은이. 이런 양심적이고 선善한 마음을 견지한 청년들이 있다는 것에 아름다운 세상, 밝은 미래가 보인다.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안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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