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방역'이란 이름으로 한때 정부의 자화자찬 대상이었던 코로나 방역정책이 안팎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먼저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3차대유행의 격랑에 휩싸여 신규 확진자 1천명에 이르는 등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 여기에 영업제한 조치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코로나 전선'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업종간 형평성 논란이 더해지면서 '불복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누란(累卵)의 위기인데 정부는 문제가 터진 업종만을 대상으로 미봉책을 내놓기에 급급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업종간 형평성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정부를 믿고 고초를 감내하며 묵묵히 따른 결과가 걷잡을 수 없는 확산과 그에 따른 규제강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땜질식 대책만으로는 위기를 해소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업주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잠재우려고만 하는 모양새다. 이래서는 뒷탈이 생기고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백신과 관련된 발표들도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모자랄 뿐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백신 도입이 한참 뒤진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는 엉뚱한 소리만 반복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6일 최근의 방역상황을 언급하면서 백신에 대해 빈틈없는 준비만 되뇌였다. 한동안 비난의 대상이었던 물량확보 얘기는 쑥 들어갔지만 여전히 도입시기는 불분명하다. 코로나19 확산이 통제를 벗어나면서 백신과 치료제를 상용(常用)할 수 있을 때까지 버텨낼 방도 또한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답답함과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대책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계절적 요인외에도 최근 코로나 피해가 급증한데에는 시설과 상황에 따른 대응지침 미비(未備)가 결정적이다. 의료시설이 통째로 격리되는 '코호트 격리'만 봐도 쉽게 알수 있다. 전국적으로 14곳의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중인데 확진자만 1천여명에 달한다. 한 곳에서만 1천명이 감염된 서울 동부구치소 사례도 이를 확인시켜준다. 그럼에도 이에따른 별도의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진작부터 거듭되고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제대로 된 관리도, 지원도 없다. 해당 기관과 지자체가 알아서 대응하는게 전부였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최근까지 발등의 불이었던 병상확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손 내밀고 불만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영업제한 등 불가피한 피해는 열린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 짐을 나누고 부담을 덜어낼 방도를 찾아야 한다. 당사자의 눈높이에서 봐야 공감(共感)이 가능해진다.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공감을 포기한 정부지만 방역에서도 그리해서는 안된다. 무조건적 조치강화보다 상황에 맞는 조치를 한다면 모두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