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해가 바뀌었다. 코로나19의 확산 기세는 여전하다. 한때 2순위 발생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선제적 방역대책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오히려 방역모범국으로 부각되었다. 유럽과 미국,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 팬데믹 상황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K방역에 대한 안도감과 자부심을 키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3차 대유행에 접어들며 감염위협이 우리 생활주변으로 찾아오자 얼마나 좁은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 웨비나와 랜선미팅 같은 비대면 행사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발병 1년 만에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현재 확진자수 8천500만 명을 넘어버렸다. 방역수칙을 강조할수록 넘쳐나는 일회용품,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도 안타깝다.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공격을 자연재해로 치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러울 뿐이다.

사실 우리는 더욱 근본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코로나 직전 5개월 동안 지속되었던 호주 산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와 사투 중이던 지난해 6월, 38℃까지 오른 시베리아 이상고온 현상을 경험했다. 여름에는 50여일 넘게 한·중·일을 휩쓸어 버린 역대급 장마와 홍수를 겪어야 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현상들이다. 기후재난은 생활과 안전을 일상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화제의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기후재난의 12가지 위협에 대해 적나라하게 서술한 것처럼,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다가올 재난의 전조에 지나지 않는다. 기후위기 폭풍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는 상황, 인류의 생존과 멸종을 우려해야 하는 엄청난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기후변화나 코로나19 모두 지구 환경시스템의 파괴에 기인한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2020년은 성찰의 해였다. 우리를 가장 절망하게 만든 두 가지는 '팬데믹'과 '기후재난'이었다. 희망으로 이끈 두 가지도 있었다.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교토의정서 발효 시기와 맞물려 제기된 그린뉴딜의 목적은 탈탄소 경제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8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글로벌 그린뉴딜 보고서' 발간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유럽연합은 그때부터 변화를 시작하여 2019년 말 '그린딜'을 확정하였다. 의회에서 그린뉴딜 결의안을 검토해 온 미국도 조바이든 당선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중국의 2050 무탄소 선진경제보고서도 마찬가지다. 탄소중립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이란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가 지구 평균온도 1.5℃ 상승 억제방안으로 제시한 인류 공동의 목표점이다.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처음에 코로나19 경기부양책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우리 정부도 그린뉴딜을 포함시켰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그나마 다행이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다행이라 표현한 이유는 전환의 기반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1년은 녹색전환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녹색전환이란 환경위기 극복,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전면적 전환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향한 근본적 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는 우직하게, 녹색전환을 공감하고 합의하는 과정이었다. 이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인류의 생존을 지키고 6차 대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신축년, 매운 소의 해, 성난 소처럼 녹색전환을 향해 돌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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