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2월 5일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충북 보은군 마로면의 한 축사가 구제역 양성반응으로 최종 판정된 가운데 6일 오전 살처분된 젖소가 매몰되고 있다./신동빈
 

사람과 가축 모두 창궐하는 전염병에 맥을 못추는 가운데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는 가축방역 전선에 희소식이 전해진다. 방역성과에 대한 고민이 최우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이에 투입되는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가금류 집단살처분으로 이어지는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에 이어 폐사율 100%의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가축방역 환경은 더 어려워졌다. 지금도 큰 부담인데 앞으로 상황은 더 걱정이다. 매몰비용은 보통 수백억원을 넘어서고 소독 등 방역비용만 더해도 피해규모는 눈덩이가 된다.

이같은 가축 전염병의 발생은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전국적인 양상을 보인다. 어느 특정지역만의 일이 아닌데도 비용의 상당부분은 해당 지자체의 몫이다. 기본적인 가축 방역활동은 차치하더라도 특정 전염병 발생과 확산을 막기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2016년 전국을 뒤흔들었던 AI의 경우 올 겨울 다시 기승을 부려 피해규모가 지난달까지 30건, 1천만마리를 넘긴데 이어 새해 벽두부터 음성에서 40만마리 가까이 매몰됐다. ASF로 지난해 38만마리의 애꿎은 돼지가 살처분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전염병도 문제지만 사육한 가축이 식탁에 오르기 위한 첫 단계인 도축(屠畜)으로 인한 피해도 집고 넘어가야 한다. 도축장이 대규모로 운영되고 기피시설이 되다보니 도시를 벗어나 농촌지역에 터를 잡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충북 음성의 경우 전국 소 도축물량의 17%를 차지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되는 폐수가 하루 1천800t이나 된다. 이뿐이 아니다. 소음과 악취로 인한 민원들이 쌓여 해당 지자체는 골머리를 앓는다. 이처럼 지역에 큰 부담을 주면서도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눈을 씻고 봐야 할 정도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충북도에서 도축시설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추진에 나섰다. 소·돼지와 함께 최근 가축방역 비용의 블랙홀이 된 닭과 오리를 대상으로 도축금액에 따라 목적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10년전 폐지됐던 도축세를 보완한 셈인데 가축방역 지역 재원과 도축시설 관련 환경개선 비용을 충당할 목적이다. 이제 국회차원의 법안발의를 논의하는 단계라서 김칫국을 마시는 꼴일 수 있지만 도축시설 지역자원세의 필요성만큼은 분명하다. 충북만의 일이 아니기에 법안 추진에 더 힘이 실린다.

가축방역과 민원처리는 결국 축산업계 수익과 직결된다. 기회비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 원칙을 봐도 그렇고,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축산업계의 비용부담이 전무했다는 점도 도축세 신설을 뒷받침한다. 더 큰 문제는 지구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가축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류의 욕심과 오만이 낳은 밀식사육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따라서 예방차원의 개선이 안되면 뒷수습을 위한 준비라도 철저해야 한다. 해당 업계의 부담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 모두의 안전과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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