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수년째 저 자리에 계신데 열심히 하겠어요? 제가 떠나고 말아야죠."

일선 경찰서 팀장급 보직에 수년간 눌러앉아 있는 한 경감에 대한 평가다. 충북경찰청에는 이러한 장기체류 경감이 비일비재하다.

보직 장기체류가 가능한 것은 충북청만의 독특한 인사시스템 덕분이다. 충북청은 인사관리규칙을 통해 경감·경정이 한 경찰서에 최대 4년·6년 머물 수 있게 하고 있다. 충북과 규모가 비슷한 6개 경찰청 중 가장 긴 체류시간을 보장한다.

지난해 말 인사규칙을 재정비한다며 일부를 손봤지만, 경찰관서 최대 근무기간은 그대로 뒀다. 굳이 바뀐 점을 찾아내자면 퇴직을 앞 둔 경감의 경우 한 경찰서 근무기간 연장을 기존 3년에서 2년(경정 1년)으로 단축시킨 게 전부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런 인사시스템 탓에 충북경찰이 경직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한다. 승진에 유리한 특정보직을 차지하기 위해 인사권자에게만 충성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나온 자조적인 평가다. 심지어 특정보직은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야 한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돈다.

"더욱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경찰이 되겠습니다." 요즘 라디오에 매일 나오는 김창룡 경찰청장의 목소리다. 경찰은 새해 들어 경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 홍보하고 있다. 영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국민'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국민에게 헌신하는, 국민 중심의', 듣는 것만으로 마음이 벅차오르고 든든하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기자

그러나 안타깝게도 충북경찰은 아직 충북도민을 위한 경찰이 아닌 경찰만을 위한 경찰인 듯하다. 누가 어떤 보직에서 일을 가장 잘 할지를 따지는 오롯이 국민을 위한 능력위주 인사가 아닌, 다음 승진을 위해 '연공서열'과 '온정주의'를 따지는 충북청식 인사가 거듭된다면 충북경찰의 경찰개혁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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