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특별회비 모두 업무추진비에서 집행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으로 보기 힘들어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충북지사를 비롯한 도내 시·군 자치단체장이 기관을 대표해 낸 적십자 특별회비가 모두 자신들 업무추진비에서 사용됐다.

주민들에겐 모금활동을 독려하면서 자비를 털어 정성을 조금이라도 더 보탠 단체장은 없다는 것이다.

기관을 대표해 매년 적십자에 600만원을 후원하는 이시종 지사는 이달 안에 2021년분 적십자 특별회비를 낼 예정이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지난해 12월 올해분 적십자 특별회비 500만원을 미리 냈고, 조길형 충주시장도 같은 달 200만원을 후원했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조만간 예년과 같은 수준의 특별회비 200만원을 낼 예정이다.

조병옥 음성군수와 송기섭 진천군수, 홍성열 증평군수, 정상혁 보은군수, 김재종 옥천군수, 류한우 단양군수도 올해분 적십자 특별회비 100만원씩을 냈다.

나머지 이차영 괴산군수와 박세복 영동군수는 조만간 특별회비 100만원씩을 적십자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장이 냈거나 낼 예정인 적십자 특별회비의 재원은 모두 세금으로 마련된 업무추진비다.

단체장뿐만 아니라 특별회비를 낸 시·군의회 의장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렇게 특별회비를 낸 뒤 전달식 사진을 찍고, 이를 가지고 홍보자료를 만들어 외부에 배포하기도 한다.

업무추진비로 적십자 특별회비는 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보면 구호적 또는 자선적 행위를 위해 집행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주민들이 낸 세금을 가지고 후원금을 내는 행동이 사회지도층의 '희생' 또는 '솔선수범'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리 관행적이라도 모금활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촉매제'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역에서 수십 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온 한 인사는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베푸는 것이 진정한 희생이면서 봉사"라고 했다.

반면 자치단체장이 지역 후원행사에 일일이 자비를 들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도 있다.

도내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지역에 각종 모금행사가 넘쳐나는데 이를 개인 돈으로 충당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