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완종 경제부

"손님 덕분에 난방 기구를 켤 수 있네요. 오늘 첫 손님이세요. 감사합니다." 지난주말 오랜만에 방문한 단골 식당 사장님께 들은 민망함이 담긴 첫 마디다. 늦은 오후, 최저기온 영하 18도의 대설·한파의 날씨에도 이 식당의 난방기구는 이제 막 가동을 시작한 듯한 모습이었다.

한때 목이 좋아 점심시간이면 매장을 가득 메웠던 손님들의 자취는 사라졌고 연말연시나 주말이면 가득찼던 예약자 명단 역시 공란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는 옛 이야기였다. 사장님은 "버티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어려워지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폐업'도 고민이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는 차가운 한기와 공허함마져 느껴졌다.

말동무가 필요했는지 사장님은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에게 지난 한해 어려웠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불과 1년도 안됐단다 이렇게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지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월말께부터였는데 그나마 가을까지는 손님이 있었지만 10월 이후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 이후 이 같은 식당들이 부지기수다. 연말연시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신년회 등으로 시끌벅적해야할 시기가 조용히 지나갔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주 충북도내 소상공인 카드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4.19% 감소했다. 더구나 전주보다도 23.57% 하락했다. 특히 집단 감염이 발생한 제천, 충주, 괴산 등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부터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심리는 하락반전된지 오래다.

이완종 경제부
이완종 경제부

예년에 비해 따뜻할 것으로 예상됐던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이 강추위에 소상공인들의 체감온도는 더 추울 것 만 같다.

지금 이 시간 아침부터 문을 열고도 첫 손님을 맞이하지 못해 난방조차 켜지 못한 소상공인들이 많을 것이다. 하루 빨리 따듯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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