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영호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명예교수·전 지역신문발전위원장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재앙에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어들고 집콕 시간이 늘어나면서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미디어 의존형 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이를 틈타 2020년은 '페이크 뉴스 팬더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린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는 대면 과정 없이는 전염되지 않지만 가짜 뉴스는 주로 비대면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어쩌면 코로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바이러스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와 관련된 가짜 뉴스만 하더라도 빌 게이츠 음모론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가짜 뉴스라는 최근에 대두된 용어보다는 유언비어라는 용어가 더 귀에 익숙한 것으로 보면 이런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유언비어란 유언과 비어의 합성어로 유언(流言)이란 '근거가 불확실하게 널리 퍼진 말'이고 비어(蜚語)란 '남을 헐뜯어 퍼뜨린 말'이라는 뜻이다. 이에 비해 가짜 뉴스는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취해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정의한다. 즉 좋지 않은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불확실한 정보를 널리 퍼뜨린다는 점에서는 유언비어나 가짜 뉴스가 다를 바 없지만 가짜 뉴스는 언론 보도의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더 교묘하게 사람들을 현혹시킨다는 차이점이 있다.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서 전파되는 쑥덕공론이 '유비통신'이 되고 '카더라방송'으로 불리던 시절에도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그 전파 속도와 범위가 대단했는데 하물며 SNS와 개인 방송이 일상화된 요즘은 거의 빛의 속도로 전 세계를 무대로 전파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유언비어는 속성상 그늘지고 음습한 환경, 즉 폐쇄적이고 억압적이며, 불안과 위기감으로 가득찬 사회에서 번성한다. 필자는 1980년대에 발표했던 논문에서 한 사회에서 유통되는 유언비어의 총량은 그 사회의 불신풍조(distrust)와 언론에 대한 통제(control)의 정도를 곱한 것이라는 공식(R=D x C)을 제시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는 딱 들어맞았으나, 이 공식을 가짜 뉴스에 적용하면 불신풍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언론에 대한 억압은 고사하고 오히려 자유가 넘쳐서 탈일 정도의 정반대 언론 상황임에도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이 뭘까?라는 생각에 해묵은 논문까지 들추어 본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 하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던 시절, 유언비어는 억눌린 대중의 욕구를 분출하고 시정의 여론의 향배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였던 것도 사실이며, 세월이 흐른 후에는 유언비어가 진실로 밝혀진 사례도 허다하다는 점에서 요즘 범람하는 가짜 뉴스와는 다르다.

가짜 뉴스가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특정 집단이나 정파를 옹호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갈등을 조장하는 유형과 주목받고 싶은 개인적 심리와 조회수 늘리기를 통한 돈벌이를 위한 영리 목적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뉴스는 카톡과 밴드 등 폐쇄형 SNS를 통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어버리'는 '확증편향'의 과정을 거쳐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공개된 SNS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고, 유사언론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자연발생적인 유언비어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확산시키는 가짜 뉴스는 그 속성부터가 다르다.

신문, 방송 등 제도권 언론은 물론 유튜브로 대표되는 개인 방송과 블로그 등 수많은 채널과 SNS를 통해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낼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 살아가는 것은 축복이다.

김영호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명예교수·전 지역신문발전위원장
김영호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명예교수·전 지역신문발전위원장

그러나 그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는 것은 범죄이다. 또한 그릇된 정보를 유포시켜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잘못이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 전파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를 법적으로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가장 현명한 대처는 출처가 불명확하거나 일방적인 주장으로 가득찬 정보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그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더욱 중요한 것은 재미삼아 무심코 퍼나르거나 누른 '좋아요'로 나 스스로도 가짜 뉴스 전파의 공범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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