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기관을 비롯한 많은 조직·단체의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게 인사(人事)다. 사람을 쓰는 일이 모든 일을 좌우한다는 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중요성이 큰 만큼 이를 제대로 실행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늘 인사때가 되면 말이 많고 인사가 이뤄진 다음에 뒷말이 나오곤 한다. 그런 까닭에 잘 된 인사를 바라기 보다는 뒷탈이 없는 인사를 기대하는게 현실적이다. 그러나 인사 대상이 되는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다보니 이 또한 쉽지 않다.

최근 이뤄진 충북 제천시의 승진인사가 말썽이다. 논란은 횡령혐의로 재판중인 공무원이 진급을 한데서 비롯됐는데 인사권을 행한 단체장에게로 번지는 모양새다. 법적 타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제식구 챙기기'라는 비난은 이번 인사 논란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기준도 원칙도 없다는 얘기다. 전례가 없었다는 비판은 인사의 부당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담당부서의 해명은 더 가관이다. 재판중인 것을 몰랐다는 설명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직원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직원신변과 직결되는 사안을, 그것도 조직내 기강과 연관된 일을 몰랐다면 직무유기다. 게다가 '재판 결과에 따라 그때 처벌을 하면 된다'는 답변은 인사와 관련해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사안이 중하고 파장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외면하면 그만이라는 얘기다. 인사 담당자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답변을 하는 이유는 불문가지다. 인사권자의 결정이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기준과 원칙을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기준과 원칙이 필요하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는 아니어도 대상자가, 주변인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래야 뒷말도 없애고 뒷탈도 잠재울 수 있다. 어떤 조직·단체의 수장이든지 이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사와 관련된 잡음은 끊이질 않는다. 기준·원칙과는 무관하게 인사권이 행해지기 때문이다. 제천시의 이번 인사논란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모를리 없었겠지만 그랬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했다면 오만과 독선이다.

제천시의 이번 인사가 더 논란이 된 것은 형평성도 잃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코로나 격리조치를 위반한 보건소 직원이 직위해제됐다. 방역이 최우선인 엄중한 상황에서, 그것도 방역 관계자가 수칙을 지키지 않았으니 처벌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수위다. 그 정도로 엄한 잣대를 들이대던 제천시가 누구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시선을 보인 셈이다. 불공정하고 원칙과 기준이 없는 인사의 끝은 기강문란과 사기저하, 줄서기, 복지부동 등으로 조직의 근간이 흔들린다. 별 것 아닌 듯한 틈새가 결국 둑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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