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을 읽다] 청주IT과학고 교사 조환문

연말이 되면 여러 곳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합니다. 지난번 소개한 한문교사카톡방인 줄탁동시에서도 투표를 통해 올해의 성어로 1위 暗中摸索과 2위 轉禍爲福을 선정했습니다. 모두 코로나 19로 인해 정해진 성어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暗(어두울 암)과 禍(재앙 화)는 바로 코로나 19로 인한 학교의 대혼란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심리적으로도 혼란스러워지며 교육의 현장도 어둠 속에 빠져들었고 탈출구를 찾고자 했던 선생님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암중모색(暗 어두울 암, 中 가운데 중, 摸 찾을 모, 索 찾을 색)은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는 뜻입니다. 암중모색의 유래를 다음과 같습니다. 당나라의 학자인 허경종은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방금 만난 사람도 기억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기억력으로 어떻게 학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주위 사람이 비웃자, 허경종은 "나는 평범한 얼굴은 잘 기억하지만 하손, 유효작, 심약, 사조 같은 유명한 학자들을 만난다면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서라도 찾아낼 수 있소"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에 상대방을 업신여기는 말이 들어 있지만, 유명한 학자들을 찾을 땐 어려움 속에서도 꼭 찾아내겠다는 자신의 다짐입니다. 그래서 암중모색은 어림짐작으로 추측한다는 말로도 쓰이지만, 당장은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막연한 상태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는 말로 쓰는 것이 합당합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막연한 상태가 됐고,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더 막막해지고 있습니다. 줄줄이 가계가 문을 닫고, 생계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각자 노력도 하지만 모두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 고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전화위복이 간절한 때입니다. 전화위복(轉 바꿀 전, 禍 재앙 화, 爲 할/될 위, 福 복 복)은 '화를 바꾸어 복이 되다'라는 뜻입니다. 전화위복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전국시대 합종책으로 유명한 蘇秦(소진)은 "옛날에 일을 잘 처리했던 사람은 화를 바꾸어 복이 되게 했고, 실패한 것을 바꾸어 功(공)이 되게 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고난을 보니 예수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10:13)."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피할 길이 있고 감당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큰 어려움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이 불행이 행복으로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청주IT과학고 교사 조환문
청주IT과학고 교사 조환문

많은 제약회사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신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효과 좋은 치료제도 곧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돌파할 것이고 또한 극복 끝에는 더 좋은 행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는 소띠입니다. 소와 관련한 성어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우보천리(牛 소 우, 步 걸음 보, 千 일천 천, 里 마을 리)입니다. 소와 같은 걸음이 천 리를 갑니다. 당장은 멀리 보이지 않지만, 소처럼 우직하게 노력하다 보면 이 어둠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내 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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