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유권경기
 

1856년 2월 26일 요코하마에 정착한 페리 함대에서의 이종(移種)격투기 장면
1856년 2월 26일 요코하마에 정착한 페리 함대에서의 이종(移種)격투기 장면

이종(移種)격투기는 현대에 이르러 생겨난 무예경기방식이 아니다. 이미 19세기의 기록에도 이종간 격투경기가 있었다. 1854년 2월 매튜C페리(Matthew C. Perry, 1794∼1858)의 두 번째 일본을 방문했다. 이 방문기의 기록에는 1856년 2월 26일 요코하마에서 열린 페리 함대의 선원인 미국인 복서 1명, 레슬러 2명과 스모의 오제키 등 3대 1의 타류(他流)경기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것이 아시아의 기록으로는 최초의 이종(移種) 격투기이다.

이러한 타류경기로 불리는 이종격투기는 메이지 후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후에 걸쳐 유행했고, 유술인(유도인)들에 의해 '유권(柔拳)경기'가 있었다. 특히 현대유도의 창시자 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郞; 1860∼1939)의 조카인 가노 겐지(嘉納健治, 1881∼1947)는 1909년에 국제유권구락부를 설립했고, 일본을 찾은 외국 선원들에게 복싱기술을 배워 일본대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많은 일본무술인들이 프로레슬러가 되기 위해 미국에 가서 복싱을 배운 이들도 있었다.

 

# 중국 라이타이와 한국의 유각권시합

1928년 평양YMCA주최의 유도와 권투의 경기장면
1928년 평양YMCA주최의 유도와 권투의 경기장면

중국은 정치와 사회적으로 혼란이 있던 1911년 상해에서 곽원갑(藿元甲, 1868∼1910)을 중심으로 정무체육회가 설립되었다. 정무체육회는 국가주의적 무술성격이 강하였고, 근대학교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곽원갑은 러시아, 영국, 일본 등의 다양한 레슬링과 무예들의 도전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그는 입식격투방식으로 전통우슈경기방식인 라이타이 경기방식을 채택해 시합을 하기도 하였다.

한국은 1912년 10월 7일 종로 단성사(團成社)의 주인 박승필(1875∼1932)이 '유각권(柔角拳)구락부'를 만들어 단성사에서 유도, 씨름과 함께 권투경기를 열었다. 서양사람의 권투, 일본사람의 유도, 한국 사람의 씨름을 대결시키는 유각권 시합을 자주 가졌다. 1920년 6월 20일 밤 경성공회당의 유각권시합의 기록을 보면, 우리나라 씨름꾼이 쓰러지면 분개한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뛰어 올라가 싸우는 바람에 난장판이 됐다고 한다. 이러한 흥행은 1928년 평양청년유도회가 평양유도장 건립비 마련을 위해 주최한 유도와 권투의 시합이 있었다. 이 시합은 종로 천도교기념관에서 러시아 복서가 들어와 한국 유도인들과 겨루는 경기였으며,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처럼 유각권시합은 일본을 비롯한 강대국 선수를 패배시킴으로써 일제강점기의 잠재된 울분을 분출시키기에 충분했으며, 당시 가장 인기있는 이벤트였다.



# 한중일, 국적과 민족성 내세운 흥행 유도

영화 ‘곽원갑’에서의 이종격투기 장면
영화 ‘곽원갑’에서의 이종격투기 장면

유권(柔拳), 레이타이, 유각권(柔角拳) 등의 이종격투기시합은 근대 서구스포츠의 유입과정에서 생겨난 한중일 문화에 나타난 공통적인 스포츠이벤트였다. 영화 '곽원갑'에서 중국 쿵푸와 일본 유도 혹은 외국 레슬링선수와 겨루고, 일본의 스모와 유도선수들이 미국과 서국열강들의 레슬링 선수와 겨룬 기록들이며, 한국의 씨름선수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인도 등지의 권투선수와 일본의 유도선수 등의 시합 기록들은 한중일을 비롯한 각국의 격투기시합이 유행처럼 흥행과 교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또한 대회 주최측은 새로운 규칙과 포인트 시스템을 개최국 선수들이 유리하게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자국(自國)의 강인함을 만들었다. 다소 현대스포츠의 관점에서 윤리적인 문제는 있지만, 선수들에게는 국적과 민족성을 바탕으로 대립과 경쟁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당시 한중일은 국가와 민족의 수난시대이거나 서구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욕구가 강했다. 이종격투기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활력소였기에 흥행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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