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 잔]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상가를 겸해 지어진 주택에 살다보니 요 며칠 강 추위에 상수도가 얼었다. 친구가 와서 도와주어 이틀 만에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수도꼭지를 열면 물이 나오리라는 일상의 믿음이 깨졌던 동안, 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처럼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부재하였을 때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있는데, 공기나 음식같은 것 일수도 있고 자주 만나는 친구일수도 있다.

그러다가 언젠가 '열의 부재'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생각이 났다. 뜨거움의 반대어라고만 생각했던 '차가움'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뜨겁다는 것은 열에너지를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열에너지를 많이 가질수록 더 뜨거워진다. 하지만 차가운 에너지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열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를 상대적으로 차갑다고 표현하는 것뿐이다.

생각해 보면 에어컨도 차가운 에너지를 만드는게 아니라 실내에 있는 열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내서 상대적으로 실내를 시원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섭씨로 영하 273.15도를 말하는 절대온도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때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모두 움직임을 멈추어서 열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된다. 결국 더 이상 감소시킬 수 있는 열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이보다 더 낮은 온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원래 차가운 곳인데 여러 가지 열에너지가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불편하지 않게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이런 물리적인 열에너지 말고도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영혼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들도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음악은 우리에게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하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하며 시공을 초월해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기도 한다.

2015년에 세상을 떠난 김광한이라는 DJ가 있다. 방송이나 책을 통해 보여주었던 그의 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김밥과 POP 음악을 가장 좋아해서 별명조차도 '김 POP'이었던 사람.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

그가 처음으로 공중파 라디오 DJ가 되었을 때 첫 곡으로 틀었던 노래를 생각해 본다. John Miles의 Music이라는 노래였는데, 이 노래는 나중에 수십 년간의 방송생활을 모두 마치는 마지막 방송의 마지막 노래로 다시 선곡이 된다.

어떤 노래는 어떤 사람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오늘 John Miles의 Music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고민 많던 청소년기에 내 영혼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황량할 수도 있었던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던 DJ 김광한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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