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고용 한파가 매섭다. 예측은 했지만 얼마 전 통계청의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발표 결과는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21만8천 명 감소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이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일시 휴직자 43만 명 증가는 198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취업자는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지만, 청년층에게는 더욱 혹독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5.2%p 높아진 26.0%에 달했다.

충북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지난해 총취업자 수는 89만 명으로 1만 명 증가했다. 고용률 63.2%, 실업률 3.2%는 전국의 60.1%, 4.0%와 비교해 고용률은 높고 실업률은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IT?BT 등 다양한 미래 성장산업 분포에 기인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은 글로벌 경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지난해 회자된 '일시 해고(Furlough)', '필수 인력(Key Worker)', '자가격리(Self-isolate)',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 '코로나 블루' 등의 단어에서 침체한 경제 상황이 여실히 묻어난다. 고용 위기는 전 세계 국가의 보편적 현상이었다.

향후 백신·치료제로 회복 모멘텀이 가시화되겠지만 국지적인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코로나 이전을 토대로 한 '준거 의존성(reference dependence)'에서 벗어나 코로나 이후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이제 반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라스 피터 핸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새로운 기업을 창출하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기존 기업의 정상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창출하는 혁신 기업이 중요해지는 만큼 기존 정책과는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매년 초에 열리면서 최신 산업·기술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유용한 시사점을 준다. 'CES 2021'의 새로운 화두는 '디지털 전환'을 넘어선 '문명적 전환(Civilizational Transformation)'이었다. 기존 산업에 디지털을 입혀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를 움직이는 에너지, 도시, 데이터 지배구조, 인프라를 대개조하는 거대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국내 대표 기업의 제품들은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중소벤처기업 20개 사가 혁신상을 수상했다. 중기부의 '2020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 결과에서 그 저력이 확인됐다.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 고용인원은 4대 그룹 전체보다 10만 명 이상 더 많았다. 4대 그룹의 5.6배에 달하는 근로자를 새로 채용했다.

벤처기업의 총매출액은 삼성에 이어 재계 2위 수준이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9%로 대기업 1.7%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벤처기업이 신규고용 창출과 일자리 안정, 매출 면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충북의 일자리 창출 전략은 견고한 제조업 기반과 폭넓은 신성장동력산업이 포진된 '충북 프리미엄'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새롭게 열리는 '문명적 전환'에 대비해 산업·고용정책의 개선이 아니라 전면적인 '빅 피처(Big Picture)'를 그려야 한다. 그래서 노동절약형 기술 진보와 노동친화적 산업 간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동반 성장시킬 수 있는 '서비스 중심 제조업 성장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MZ세대들의 활동 폭을 넓혀주기 위해 벤처성공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매력적인 창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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