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이 농업사회에 주는 빛과 그림자
디지털 혁신이 농업사회에 주는 빛과 그림자
  • 중부매일
  • 승인 2021.01.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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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범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대한 혁신이라는 책에서 '기존 사업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지속하는 것은 앉아서 재난을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가 말했다.

우리는 디지털 혁신의 속도전을 달리고 있는 4차 산업혁명 환경속에서 살고 있다. 농업도 급변하는 디지털 생태계에 적응하고,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첨단 디지털 기술 등을 농업에 접목하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최신 정보통제기술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스마트팜의 등장으로 우리 농업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드론으로 약을 치고 네트워크 원격제어를 활용한 트랙터 무인경작도 가능해 지고 있어, 예전 농부의 대한 모습과 농업 환경에 대한 인식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스마트팜이 농업의 대세를 이루면서 정부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선정된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 농업을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로 언론에서 보여주는 딸기농장, 버섯농장, 화훼농장 등 스마트팜 성공사례들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농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재배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연령대가 30~40대의 귀농한 농업인, 컴퓨터와 경영 등에 대한 교육을 학습한 인력들이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익 창출이 가능한 시설규모에 기본적인 투자 여력을 가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농가인구 감소 및 농업인의 고령화, 농촌지역 과소화 같은 구조적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 농업과 식품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역량 강화를 위해 스마트 농업을 확산하겠다고 했다. 또한 노지 스마트 농업 등 농업 빅데이터 센터를 조성하여 과학영농의 기초를 다지고, 스마트팜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어 추진하겠다고 했다. 결론은 정부가 농촌의 노동력 감소 해결과 농가소득 증대 및 기술향상을 스마트 농업을 통해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농가경제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농가의 평균소득은 4천118만원으로 전년대비 89만원(2.1%) 감소하였으며, 평균 가계지출은 3,534만원으로 전년대비 151만원(4.5%) 증가하였다. 그중 농업소득은 1천26만원으로 전년대비 132만원(20.6%) 감소하였다. 농가인구는 46년째 감소세이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하여 65세이상 비율이 46.6%로 전체 농가인구의 절반을 육박하고 있어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직접 키운 농축산물을 판매한 금액이 1천만원에도 못 미치는 영세한 농가가 전체 65%로 조사되었으며, 우리나라 농가의 70%는 경지규모가 1㏊의 소규모 농가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농업현장과 사뭇 다른 이런 현실에서 스마트 농업 정책들이 과연 소작농과 고령농들에게 크게 다가올까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현안분석 자료인 '2019년 농가경제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 5분위 배율이 10.9배로 조사되었다. 이는 소득 하위 20%(1분위) 농가보다 상위 20%(5분위) 농가의 소득이 11배 가까이 높다는 뜻이다. 이처럼 농가간 소득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부농은 더욱 부농이 되고, 빈농은 더욱 빈농이 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저수입 농가의 안정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스마트 농업 경쟁력 강화 정책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촌의 디지털화, 스마트화는 농민들과 농촌 주민들의 삶의 개선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꿈이 되는 반면 어떤 이에게는 무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코로나19」세계적 대유행의 상황 속에서 농업의 식량안보 측면이 더욱 중요해 졌다. 2009년 56.2%였던 국내 식량자급률이 2018년 46.7%로 9.5% 하락했으며, 우리나라 연평균 국내 곡물 생산량은 450만톤 수준에 불과하여 매년 1천600만톤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곡물 자급률은 21.7%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코로나19확산이 현실화 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이동제한이나 국경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처방전들을 내 놓았으며, 주요 식량 수출국들이 곡물 등 주요 먹거리의 수출을 금지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세계 쌀 수출 3위 국가인 베트남에서는 3월 24일에 자국 내 식량 확보 차원에서 쌀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가 최근 5월에 재개했던 사례가 있으며, 밀 수출 1위 국가인 러시아 역시 3월 20일에 곡물 수출을 일시 중지하기도 했다. 당장이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과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이 발생하게 되면 식량수급 취약 국가들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식량 민족주의로 대공황 보다 대봉쇄를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을 우리는 이번에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황범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br>
황범수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농업은 국가의 필수산업이자 생명산업으로 국가 운영에서 농업의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더욱 농업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농가의 소득감소 및 농촌의 고령화 등의 위기 속에서 반도체나 자동차의 수출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식량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농업 디지털 혁신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깊은 고찰이 절실히 필요하며, '미래는 언제나 너무 빨리, 잘못된 순서로 온다'는 저명한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의 말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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