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경찰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시험 승진 등 일부만 발표하면 이번 인사시즌이 끝난다.

경찰 승진 인사 방식은 다른 공무원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갈래로 나눠져 있다. 특진, 심사, 시험 등 경로가 다양한 편이다. 그렇다보니 말도 많은 게 사실이다. 경과별로 구분하고, 기능별로 따져보고, 서별로 안배하는 등 복잡하게 꼬여 있다. 매년 인사철만 지나면 여느 공직과 마찬가지로 경찰조직도 시끄럽다. 대부분이 '뒷담화'다. 인사를 통해 조직을 안정시키고, 새바람을 일으키는 기대효과는커녕 반목과 갈등만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처 뿐인 영광'이라는 말이 딱 맞다.

하지만 올해는 비교적 조용하다. 대규모 승진인사 방식인 심사가 마무리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건 확실하다. 그 간 경찰 승진인사는 주관적 판단 여지가 크다고 여기는 경우가 지배적이었다. 말 그대로 '개입'과 '관여'가 승부를 짓는 요소라고 여긴 것이다. 여전히 '빽'이 통한다는 의미다. 늘상 시끄러운 이유다.

결국 인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해마다 '동아줄 찾아 삼만리'가 재연됐다. '힘 있는 라인'에 줄을 댄다는 게 상책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올해라고 달랐을까. 미뤄 짐작컨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올해는 인사를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들이 덜 들린다. 왜 그럴까. 답은 공정성이다. 객관적인 점수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충북경찰청 경정 이하 승진임용 예정자 발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직원들이 거의 없다. '될 사람이 됐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안배'라는 이름으로 능력 있는 경찰관이 승진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사라졌다.

그 동안의 인사에서는 동일 부서에서 상위계급이 승진하면 하위계급에서 무조건 역차별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안배'라는 로또에 당첨돼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는 승진자들도 나오는 폐단이 있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열심히 일한 사람이 승진한다는 공식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흔히 '인사만사(人事萬事)'라고 한다. 인사는 타당해야 한다. 직원들이 수긍해야 한다. 인사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감정이 없는 매뉴얼대로 시스템이 작동해야 탈이 없다. 반대로 시스템이 엉망이면 반드시 사달이 난다.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 사례가 도출되는 것이다. 인사 시스템 설계에는 '현장' 반영이 생명줄이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사회부장

근무환경 변화 등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현장 상황을 인사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얹지 못하면 결국 인사는 참사가 된다.

그 간 '연공서열'은 공직사회를 지탱하는 공식으로 인식돼 왔다. 공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불문율이었다. 인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연공서열에는 경력만 있을 뿐 능력은 담보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연공서열은 과감히 버리고 능력 위주의 인사문화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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