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재판중인 사람을 어떻게 승진시킬 수 있는지 참. 일 할 맛이 안납니다." 제천시청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의 푸념섞인 말이다.

지난 8일 진행된 제천시 정기인사 논란이 식을 줄 모른다. 승진 자격이 안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뺏겼다고 여기는 공무원들. 이들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시민들조차 공감을 한다.

논란의 단초는 A공무원의 '승진' 때문이다. A씨는 현재 횡령혐의 등으로 재판 중에 있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승진'을 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다면 A씨는 과연 누구일까? 공무원으로서 막강한 특혜를 누릴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A씨는 이상천 제천시장과는 막역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시장이 시장에 당선되기 이전부터 시청에서 함께 근무하며 형제처럼 지내왔던 인물이다. 여기에 제천시청 실세로 알려진 B과장도 늘 이들과 함께했다.

A씨는 당시 '해결사'로 통했다. 이 시장이 민원과 애로사항이 생길때면, 늘 어김없이 나타나 뒷일을 도맡았다. 한마디로, 눈빛만 봐도 서로의 의중을 알 수 있는 두터운 관계였다는 게 공무원들의 증언이다.

A씨는 특히 수년전부터 사조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B과장 역시 이 모임에 고문을 맡았다는 후문이다. A씨가 수년전에 형제계로 만든 이 모임의 회원은 수십명에 달한다. 이중 절반이 공무원이며, 나머지는 직무와 관련된 업체 대표들이다.

공교롭게도 이 모임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수년간 승진 인사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대표들 또한 동종업계와 비교해 제천시로부터 일감을 더 수주한다는 설까지 나온다.

A씨가 움직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그야말로 A씨의 '전성시대'를 맞는 듯 했다. 물론 이들이 이 시장의 선거에 어떤 영향을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두를 종합해볼 때 이번 승진은 뭔가 수상한 것만은 틀림없다는 게 일부 공무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요즘 제천시청 공무원들의 어깨가 축 쳐져 있다.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에게 보상차원으로 돌아가야 할 '승진'.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청 안팎에서 다양한 말들이 나온다. 혹 이 시장이 "A씨에게 약점이 잡힌 게 아니냐", "그동안 함께 해 온 친분 때문에 무리하게 승진을 시킨것이 아니냐" 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이 시장은 행정전문가이기 전에 법을 전공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를 망각한 사람을 왜 승진시켰는지 지금도 아이러니 하다.

이 시장의 가슴이 답답할 것 같다. 물론 말 못할 사정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다고 공무원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는 행정을 펼쳐서는 안된다고 본다.

옛말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지금 이 시장이 가고 있는 곳이 길이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