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미래
청년의 미래
  • 중부매일
  • 승인 2021.01.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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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눈] 최원영 세광고등학교장

"서울에 집을 장만하려면 근초고왕 때부터 저축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청년세대들의 자조 섞인 유머다. 4세기 백제의 왕을 소환할 정도로 무한한 노력이 없이는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냉소적인 조롱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미래의 꿈을 포기하는 청년들의 절규라고 이해된다. 동학 개미, 영끌, 비트코인 등, 불확실한 투자와 투기에 청년들이 앞장서는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몸부림이 담겨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충격은 사회적 취약층을 중심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지만, 20대 청년세대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취업빙하기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올 1월 경제활동인구 동향 지표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실업상태가 3배 정도 더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으로 취업의 문이 그만큼 좁아진 여파로 볼 수 있다. 20대 4명 중 1명꼴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급조된 일자리 사업으로 60대 이상의 취업률은 개선되는 기형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마이너스 통장을 제일 많이 사용하는 세대도 20대라고 하니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피부로 절감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대의 취업절벽이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상황을 보이고 있어 우려한다. 당시 일본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해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거나 장기간 실업상태로 남으면서 오늘날까지 엄청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부모에게 얹혀사는 이른바 '캥거루 족'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때가 이 시기이다. 일본 언론은 이들을 가리켜 '잃어버린 세대'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국사회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헬 조선'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살인적인 경쟁과 불안전한 고용 문제가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주목할 것은 악화되고 있는 고용 상황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정규직 전환율이 최하위다. 근속연수, 이직률, 임금 등 모든 면에서도 최악의 조건을 우리 청년들이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규직 전환이 어려우니 이 사안에 대한 청년들의 정서가 민감할 수밖에 없고, 공정하지 못한 채용과정에 대해서는 집단적인 분노로 표출된다. 얼마 전 정부의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정책에 청년들이 저항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그 심각성을 방치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정치권 역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회의가 앞선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최근 청년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세대가 정치세력화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마이클 샌델은 사회적 취약층이 소외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지적 수준이 약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세광고 교장

국가를 인체에 비유한다면, 청년은 척추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위를 담당한다. 앞으로 나아갈 때 척추가 기능하지 못하면 머물거나 퇴보한다. 국가의 미래가 흔들리는 사안인 것이다. 일본처럼 우리의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정치권은 물론 기성세대들의 각별한 관심과 대책이 요구된다. 청년 일자리를 위한 일회성 구호나 단발성 정책이 아닌, 구조적 대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슬로건이 아닌 시스템을 만드는 것' 청년의 미래는 물론 한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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