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더불어민주당이 이제 지방의회 의원들의 주택 보유량까지 재단하려 한다. 당명이 민주당이면서 전혀 '민주(民主)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다.

민주당 중앙당에선 당내 다주택 여부를 조사해 선출직 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한 채만 남기라는 식으로 권고했다. 여기에는 지방의회 의원들도 포함된다. 단 의회 조직 중 특정 상임위원회에 속한 의원들만 권고 대상으로 한정했다.

특정 상임위는 도시·건설 관련 위원회 정도쯤 될 것이다. 충북도의회를 보면 '건설환경소방위원회'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에 속한 민주당 도의원 5명 중 다주택자는 3명이다.

중앙당은 이들에게 오는 3월까지 주택 처분을 권고했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상임위원회로 소속을 바꾸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왕 할 것이면 모든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하지 특정 상임위 소속 의원들로 한정한 이유는 '이해충돌'을 끼워 넣어서다. 이해충돌은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직위를 이용하거나 공적업무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질시키는 공(公)·사(私)의 충돌이다.

그런데 다주택과 특정 상임위 사에서 도대체 무슨 이해충돌이 있는지 다들 의아해한다.

중앙당 사정권에 든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의 소관 집행부는 경제통상국, 농정국, 농업기술원,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지식산업진흥원, 테크노파크, 기업진흥원, 신용보증재단이다. 어딜 봐도 다주택과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굳이 끼워 맞추려면 할 수 있겠으나 본질은 다주택 보유로 발생할 수 있는 이행충돌 '거리'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지방의원이 다주택을 유지하거나 더 불릴 정도의 의정 개입이 가능한 권한·권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권고 사항이라 이를 따르지 않을 거부권은 부여됐으나 이행한다고 한들 무슨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주택 처분으로 지역에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수범 사례로 인정돼 당과 개인 호감도가 오른 것도 아닐 것이다.

결국 '서민층의 무주택 설움을 헤아려 부동산 안정에 적극 동참하는 깨어 있는 정당, 깨정당'이라는 보여주기식, 감성 정치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 당내에서도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당명 그대로 인권·자유·평등을 기본 원리로 한 민주당이다. 사회주의당이나 전체주의당이 아니다. 지방의원까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해결책으로 동원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재원 정치행정부장

더는 다주택을 부도덕의 산실이자 부르조아의 기득권으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

도내 한 단체장의 예를 들어보자. 부모님이 평생 농사로 피·땀 흘려 마련한 고향 집을 상속받은 다주택자다. 부모님의 온기와 손때가 묻어나는 이 집을 감히 팔지 못해 간직한 이 단체장도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해 다주택 부르조아로 손가락질 한 것인가. 민주당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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