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조영의 수필가

인터넷에서 읽은 흥미로운 기사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 '연인들 사이 지켜야 할 연애 매너'라는 주제로 설문 조사 결과, 2위가 '반복적으로 맞춤법이 틀릴 때'였다.

연인들 사이에도 반복적으로 틀리는 맞춤법이 가장 정 떨어지게 하는 원인이라니, 요즘 자신들 방식대로 한글을 변형하고 훼손하며 맞춤법을 무시하는 이들에게도 일침을 주는 것 같아 가슴이 시원했다. 성인이 되어도 맞춤법이 틀리는 것은 처음 길든 습관과 환경 그리고 책을 읽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지난해는 새로운 수업을 해봤다. 코로나19 때문에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하여 학력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 과목 중 국어의 한글지도를 맡았다. 한글을 몰라서 책을 읽지 못하고, 읽기는 하지만 쓰지 못하고, 자음 모음 순서를 자기 방식대로 쓰며, 글자를 기호같이 쓰는 아이들이다.

수업 전 아이들에게 한글이 왜 어려운지 물었다. 한결같이 받침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같은 말인데 말할 때와 쓸 때는 왜 달라야 하는지, 받침에 따라 뜻이 다른 것을 바르게 익히기까지 받침을 익히는 과정은 높은 산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 나에게는 직업병으로 드러난다. 간판이나 메뉴판에서 틀린 맞춤법을 보면 주인에게 말해주는 편이다. 자주 쓰는 말이라 바로 잡아주고 싶은 내 의도하는 달리 '네가 뭔데, 참견이야.'라는 주인의 표정에서 말해주어도 고치지 않을 거라는 걸 읽는다. 그곳이 소문난 맛 집이라 해도 주인의 신뢰가 떨어져서 맛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까칠한 내 성격을 어떤 이는 못마땅해 하기도 하고 누구는 직업병이라며 두둔하기도 하지만 틀린 맞춤법을 보면 체한 것처럼 내내 불편하다.

그런데 맞춤법에 민감하여 참견하고 서슴지 않고 직언하는 내가 요즈음 문맹인이 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변화된 사회구조에서 파생된 합성어와 신조어 때문이다.

사회를 풍자하거나 조롱할 때, 흔들리는 경제를 불안해 할 때는 물론 환경, 예능까지 합성어와 신조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아파트 값이 치솟으면서 관련된 은어는 더 낯설다. 전체의 흐름은 아는데 정확한 뜻을 몰라 물어보면 꼰대라며 밀어내고, 신조어를 모르면 정보의 눈에 어두운 '라떼 세대'로 취급한다.

현대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응이 빨라야 한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 창을 활용하는데 제일 편하고 빠르며 유일한 내 편이다. 또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공유하고 싶어 적어놓는 노트가 독창적인 사전이 되고 있으니 모르는 것이 약이 된 셈이다.

조영의 수필가
조영의 수필가

최근에는 연예인들 사이 '부캐'가 유행이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부연 설명하자면 연예인들이 기존의 가지고 있던 캐릭터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어 신선한 이미지로 변신하고 재미를 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나도 까칠한 이미지에서 새로운 부캐로 바꿔볼까. 아니면 지난해처럼 용기 있는 도전으로 'N잡러'가 될까. 오래 생각할 고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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