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례가 없는 감염병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대부분의 학교는 온라인 등교라는 사상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그동안 비대면 형태의 강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쩔수 없이 맞게 된 온라인 학교수업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큰 탈없이 1년을 보낸 것을 다행으로 여길 판이다.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는 학력격차, 생활지도, 학생평가 등의 문제점은 확인된 만큼 개선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학생지도에서 빠질 수 없는 학교폭력 문제는 이제야 그 변화를 감지했을 뿐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적으로 1년전에 비해 발생건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나 여전히 피해응답률이 중·고등학교에 비해 3~9배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충청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유형별로는 감소세를 보이긴 했지만 언어폭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은 다른 것과 달리 증가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사이버폭력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 학교폭력 양상의 변화를 보여줬다.

사이버폭력은 전국적으로 12.3%의 비중으로 전년보다 40%(3.4%p) 가까이 높아졌으며 충북도 13.7%로 43%나 증가했다. 대전과 세종, 충남도 모두 비슷한 상황으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사이버폭력의 비중이 커졌다. 이처럼 지난해 사이버 학교폭력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증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학교폭력의 경우 등교와 접촉에서 비롯되지만 사이버폭력은 되레 비대면 상황에서 증가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올해 등교여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유사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20년 학교폭력 건수가 전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은 결국 온라인수업에 따른 접촉기회가 줄어든 까닭이다. 이는 앞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비대면형 학교수업에 맞는 학생지도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지금도 일정부분 이뤄지고 있지만 접촉에 의한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에 못지않게 대비를 해야 한다. 따라서 대면형 학교폭력에 대한 주의를 늦춰서는 안되지만 사이버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올해 초등 조사에서 유형별 그림 설명 등 구체적으로 질의하자 응답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가 야기한 비대면 일상으로 학교에서는 온라인 등교가 등장했다. 처음 겪는 상황이지만 지난 1년 노심초사해온 교사 등 관계자들 덕분에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 실체를 드러낸 사이버폭력을 바라보는 학교와 교육당국의 자세는 우려스럽다. 전체 폭력건수 감소만 강조하며 예방교육의 효과를 주장한다. 코로나 상황을 무시하고 사이버폭력 증가를 외면한 엉뚱한 진단이다. 이런 시각이라면 대응은 안봐도 뻔하다, 예전의 그것에서 머물뿐이다. 학교 사이버폭력, 이제는 첫손에 놓고 고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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