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신고 1/3은 중·고등학생… 세부 매뉴얼 시급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하는 청소년들의 비행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현장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매뉴얼을 연령별로 세분화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밤 9시30분경 아동학대신고가 천안시 아동보호팀에 접수됐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고 납득하기 어려운 현장을 직면했다.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신고자는 친모가 '원조교제를 하지 말라'고 꾸짖자 어머니와 몸싸움을 벌였던 것.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여학생의 요청에 따라 부모와 분리 조치했고, 폭력행위가 있어 아동학대 사건으로 접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친모의 딸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결론이 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아동학대신고도 아동학대가 인정됐다. 친모는 중3 딸이 외박을 하고 들어오자 이를 지적했고 딸이 달려들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밤 10시의 일이다.

관계 공무원은 "상식적으로 봤을 때 어머님들의 심정이 이해된다. 그러나 현재 법률이 정한 아동이 만 18세 미만이기 때문에 현재 매뉴얼로는 아동학대로 분류해 사건화할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1일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시행 후 천안시 아동보호팀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207건이다. 이중 70건이 중고등학생에 의한 신고였다. 중고등학생들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는 10월 22건, 11월 23건, 12월 25건으로 소폭이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천안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학생들 사이에서 부모와 싸우면 '아동학대 신고를 하면 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으며 서로 정보를 교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천안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방어능력이 없다고 판단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등학생의 경우 부모와 실제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한다"면서 "조사를 하면서도 이런 걸 아동학대로 봐야하는지 의문이 들지만 현재의 매뉴얼로는 부모와 몸싸움을 벌인 중고등학생까지 보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령별로 매뉴얼을 세분화해야 이 같은 악용 폐단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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