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사업비 21억 들여 조형물 48점 설치… "차라리 철거하라" 여론 빗발

경찰대학 상징 조형물 
경찰대학 상징 조형물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빛바랜 상징탑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여기저기 녹이 슨 채로 방치돼 있었다. 대학을 설명하는 안내판은 부식 정도가 심해 글씨를 알아보기도 힘든 상황. 조선 세종대 과학자인 장영실 동상 옆 측우기 위에는 오물이 쌓여 있다.

장영실 동상 옆 측우기에는 오물이 쌓여있다.

충남 금산읍 금산우체국에서 금산교육지원청 인근 용머리광장까지 연결된 교육특화거리의 풍경이다. 2007년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2009년 조성됐지만 테마 없는 조형물에 관리 부실까지 더해지며 철거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국비 5억 원과 지방비를 더해 이 사업에 투입된 총사업비만 21억 원. 금산군에 따르면 교육특화거리에 10억원, 용머리광장 조성에 11억원이 쓰였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겠다며 대학의 상징조형물을 세워놓았지만 11년이 지난 거리의 조형물은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거리에 조성된 대학상징물과 교육관련 조형물은 모두 48점. 국내 29개 대학과 해외 3개 대학의 상징물이 32점, 교육관련 조형물이 16점이다.

충청권에선 한국교원대, 한남대, 대전대, 충북대, 공주대, 충남대, 한밭대, 배재대, 단국대, 카이스트, 목원대 등의 조형물이 설치됐다.

주민들은 교육특화거리의 조형물을 보며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이전을 검토했다던 금산군은 보수·관리를 멈춘 상태다. 주민들은 이전 자체가 불가능한 조형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카이스트 상징 조형불 
카이스트 상징 조형물

실제 군이 2019년까지도 보수 및 관리를 했다고 주장하는 충북대 상징조형물과 목원대 상징조형물은 낡고 빛이 바랜 상태로 곳곳이 벗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카이스트를 상징하는 조형물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녹물이 흘러내렸다.
카이스트를 상징하는 조형물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녹물이 흘러내렸다.

충남대와 카이스트 조형물 역시 벗겨져 녹물이 흘러내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경찰대학 간판은 반으로 쪼개져 있었고, 한남대 조형물은 물탱크, 폐가전제품과 뒤엉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남대 상징 조형물
한남대 상징 조형물옆에 폐가전제품 등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다른 대학의 상징물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 주민들은 곳곳에 세워둔 동상에 깜짝깜짝 놀라기 일쑤라며 대학 상징물 및 동상 철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목원대학교 설명 안내판은 녹이 슨 채 방치돼있다. 

금산군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돼 지난해 조형물 이전을 염두에 두고 부지를 알아봤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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