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문학] 허건식 WMC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1969년 박정희정부는 체육단체들이 정부 국고보조금 지원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체육계가 자립적으로 재정을 마련할 수 있도록 체육진흥기금의 설치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에 따라 1971년 국민체육심의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1972년 '국민체육진흥기금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제체육진흥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정부는 담배갑에 광고를 넣어 기금을 조성하였으며, 1974년에 대한체육회로 재단 업무를 이관해 체육연금을 지급했다.

1989년에는 서울올림픽의 흑자 운영으로 발생한 잉여금 3천110억원과 기존 국민체육진흥재단의 411억원을 합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의 강한 항의가 있었다. 그 이유는 정부가 직접 개입해 기존 대한체육회에 이관되었던 체육진흥재단의 기금을 공단에 통합하였고, 조직도 사실상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가 공단이 되었으며, 기금 사업에 있어 체육단체들의 지원 근거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공단이 설립된지 32년이 지난 현재 정부의 체육 재정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고예산인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그리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회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정부 체육예산의 80%이상을 기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한해 체육예산으로 기금으로만 연간 1조원대를 수년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는 1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렇게 체육예산에 정부가 주도해 기금을 좌지우지하면서도 정작 지방체육의 예산은 75% 이상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자체들의 체육정책과 체육예산은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장관이 바뀔때마다 체육기금의 일부를 타 사업목적으로 조금씩 배분해 오던 것이 최근에는 문예기금으로만 1천억원이 넘는 기금을 배분 결정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의 관리주체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고, 기금은 경륜·경정, 체육진흥투표권사업 및 회원제골프장 부가금 등으로 마련되고 있으며, 이 기금은 국민체육진흥 및 체육단체 지원, 스포츠과학 연구·보급 및 스포츠산업 육성, 서울올림픽기념 시설물 관리·운영에 사용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체육기금은 타 재정과 달리 국민체육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재원이기 때문에 체육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 문예기금으로 배분된 1천억원을 지방체육에 지원했다면 지방체육 진흥을 위한 큰 마중물이 되었을 것이다.

허건식 체육학 박사·WMC기획경영부 부장
허건식 WMC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정부는 체육정책은 뒷전이고, 전문성도 떨어지며, 예산마저도 기금에 의존하는 등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은 결국 좋은 체육정책이 나올 수 가 없다. 따라서 체육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예산과 기금이 체육진흥에 제대로 사용될 수 있는 체육부 신설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의 정부 주도의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관련 부처와 지자체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체육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미션인 '체육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국민'이 달성되고, 비전인 '스포츠의 즐거움을 국민과 함께'를 실현할 수 있는 원래 목적사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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