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창림 내포주재 부장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존속범죄와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부모 자식 간의 소송이 멀지 않은 얘기가 됐다.

종영된 드라마 전원일기 '사람만들기' 편에서 젊은 천호진이 동네 문제아로 등장한다. 마을 구멍가게 앞에 놓여있던 깨를 훔치고 이에 어머니 나문희는 아들을 훈계한다. 훈계에 화가 난 아들은 살림살이를 부수고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는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동네 청년들이 버릇을 고쳐준다며 천호진을 집단구타하고, 그럼에도 어머니 나문희는 아들 편을 드는 내용이다. 1986년 작품이다.

2021년 현재로 대입했을 때 절도와 존속폭행, 특수폭행, 감금 등이 난무하는 범죄극과 다를 바 없다. 변하지 않은 건 어머니들이 전하는 조건없는 사랑이다. 이 조건없는 사랑이 요즘 '아동학대'라는 슬픈 단어로 치환될 위기에 처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사이 아동학대 신고도 급증했다.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시행 후 지난해 10~12월 천안시 아동보호팀에 접수된 신고는 207건이다. 문제는 이중 70건이 중고등학생에 의한 자발적 신고라는 점이다. 이들은 원조교제를 하고 외박을 한 것 등에 대해 나무라는 부모들을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폭행 당한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을 존속폭행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다만 부모를 신고한 그들은 원했던 부모와의 분리조치에 성공했다.

유창림 부장·천안주재
유창림 내포주재 부장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이런 경우 스스로 '왜 이게 아동학대냐'고 반문하면서도 매뉴얼대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전담공무원들은 '야간에 중고등학생들에 의한 신고는 100% 이 같은 경우'라고 말한다. 현행법상 아동은 만 18세 미만이다. 매뉴얼 세분화가 시급하다. 이대로라면 자칫 아동학대와 존속범죄를 다투는 법정을 취재해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