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난영 수필가

지난해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괴물이 전 세계를 헤집고 다녀서 온 지구촌이 불안과 초조함으로 힘든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힘들었던 만큼 그 어느 해 보다도 꿈과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했으나 괴물과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오히려 변이바이러스까지 만들며 세를 더욱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철저한 K-방역으로 거리 두기는 완화되었으나 5인 이상 집합 금지 행정명령으로 활동 범위는 좁아져 우리 앞에 놓인 삶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민족 대 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형마트에는 사람들이 복닥거리는데 재래시장이나 일반 상가에는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 한숨은 더욱더 깊어만 간다. 자영업을 하는 딸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나는 속이 타들어 간다. 적자를 메꿔보겠다고 주 육십 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등 바동바동 위기를 벗어나려 애쓰는 모습이 안타깝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을 해도 제 인건비는커녕 직원들 월급, 공과금도 제대로 낼 수 없단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다지만, 곱던 얼굴이 세월의 무게에 짓눌릴까 걱정스럽다. 언제쯤 웃음을 찾을 수 있을지.

안타까워하는 나와는 달리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솔로몬의 지혜를 되새기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니 엄마 아빠만 몸조심하란다. 응석받이 막내라 철부지인 줄 알았더니 오히려 우리 내외 걱정하는 마음이 오달지다.

철저한 방역을 위해 실내 환경을 재정비하고, 야외테라스 손을 보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거센 세파에도 굳건히 버티는 모습이 대견하다. 매화는 모진 추위를 겪을수록 맑은 향기를 뿜어내고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수록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한다더니 역경과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상서로움과 신성함을 의미하는 '하얀 소'의 해 신축년! 소는 우리와 일상을 같이 하는 동물로 황소고집이란 말이 있기도 하지만, 유순하고 묵묵히 일하는 근면 성실로 통한다. 자신이 느리다는 단점을 부지런함으로 승부한다. 어린 시절 들녘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는 농촌의 여유로움이었다. 온 국민이 희망 잃지 않고 찬 겨울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길 소처럼 우직하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이난영 수필가

며칠 전 이중섭 원화를 사실감 있게 재현한 미디어아트 특별 기획전을 다녀왔다. 대표작 흰 소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거친 숨을 내쉬며 뚜벅뚜벅 전진한다. 감히 범접하지 못할 위엄이 서려 있는 당당하고 힘찬 모습에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작가가 유독 '소'를 그린 이유는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를 살던 작가는 소를 통해 강한 민족성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어떤 고난과 역경도 뚫고 나갈 듯 생동감이 넘치고 역동적인 흰 소를 보면서 위기에 강한 한국인의 저력이 느껴졌다. '느려도 황소걸음'이라 했다. 다소 늦어졌지만, 이번 달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하니 코로나에서 벗어나 웃음꽃 피는 희망의 봄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