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학보 8개 논문 게재… 위상·가치 널리 알렸죠"

수양개 1지구 1,250㎡의  발굴 모습(4차, 1985년 6월)
수양개 1지구 1,250㎡의 발굴 모습(4차, 1985년 6월)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사)한국박물관학회(회장 김영호)는 지난해 12월 31일 간행한 39호 박물관학보에 단양 수양개 유적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집:수양개 40주년과 박물관'을 주제로 단양 수양개에 대한 논문 8개를 게재했다. 이렇게 박물관학보에서 한 주제를 가지고 특집으로 여러개의 논문을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양 수양개 유적을 발굴한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충북대학교 명예교수회 회장)을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양개 1지구가 없었다면 오늘의 수양개는 없었을 겁니다. 이후 6지구까지 발굴되는 동안 1지구는 수양개 유적의 모체가 됐습니다."

단양 수양개 유적은 충주댐 수몰지역 조사로 충북대 박물관 팀이 1980년 7월 22일 1차 발굴부터 15차(1983년~2015년)까지 1, 2, 3 지구를,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 3, 6지구를 발굴했다.

수양개 대표유물 좀돌날몸돌
수양개 대표유물 좀돌날몸돌

세계학계에 널리 알린 1지구는 약 2만년전 50개의 석기제작소가 발견된 곳으로, 아시아의 대표 유물인 슴베찌르개와 좀돌날몸돌이 발견돼 일본 구석기학계에 큰 영향을 줬고 특히 일본 명치대학에서 열었던 '한국의 수양개 유적과 일본 구석기 시대' 특별전은 수양개 위상을 아시아와 세계학계에 널리 자랑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곳에서 발견된 주먹도끼는 복제품을 만들어 영국 대영박물관에 기증해 지금까지도 전시되고 있다.

왼쪽부터 주먹도끼 주먹도끼를 만드는 사람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주먹도끼
왼쪽부터 주먹도끼 주먹도끼를 만드는 사람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주먹도끼

이번 박물관학보에는 수양개 40주년의 회고와 전망 특별기고를 시작으로 '단양 수양개 유적의 고고지질과 제4기 환경', '수양개 VI지구 4문화층의 후기구석기 초기 돌날기술체계 연구',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좀돌날문화의 출현', '수양개 Ⅵ지구 후기 구석기시대 밀개의 제작과 사용', '수양개 Ⅵ지구 2문화층의 좀돌날 제작기술과 작업과정 복원', '수양개 Ⅵ지구 후기 구석기시대 도끼형석기의 연구', '동아시아 고고학연구를 위한 수양개유적 슴베찌르개의 미세흔적학'이 함께 실렸다.

수양개Ⅵ지구 2문화층 유물출토 모습과 분포도
수양개Ⅵ지구 2문화층 유물출토 모습과 분포도

이융조 이사장은 "수중보 건설로 발굴된 6지구는 모두 후기 구석기시대의 4개의 문화층에서 4만점 이상의 석기를 찾았다"며 "그 가운데 4문화층은 4.2만년 전에 큰 돌날과 이로 만든 슴베찌르개(73점)가 집중적으로 출토돼 초기 후기 구석기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이사장은 "바로 위에 있는 3문화층은 4.0만년 전으로 좀돌날몸돌을 제작해 좀돌날문화연구에 확실한 기준을 제시했으며, 이 층에서 눈금돌과 얼굴돌의 출토는 현생인류의 인지를 확인할 중요한 문화감각을 바로 알게 하는 중요한 문화층"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명치대학 특별전 고고학저널 표지 충북대박물관 이전기념 특별전표지
왼쪽부터 명치대학 특별전 고고학저널 표지 충북대박물관 이전기념 특별전표지

슴베찌르개는 일본 명치대학에서 열린 특별전을 통해 일본 구석기 연구의 시초가 됐으며 이때 함께 열린 제9회 '수양개와 그 이웃들'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이후 11회부터는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국제학술회의가 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수양개와 그 이웃들 국제회의가 처음부터 알려졌던 것은 아니다.

1989년 미국 메인주립대에서 열린 세계정상학자회의에 이 이사장이 수양개유적 발굴결과를 발표한 것이 이 유적을 세계학계에 알린 첫번째였다.

그는 31회에 달하는 국제회의에 참가해 33편의 논문을 발표해 수양개를 알리는 노력을 했다.

이후 1996년부터 제1회 수양개와 그 이웃들을 주제로 매년 국제회의를 개최해 국내에서 9번, 외국에서 16번 등 수양개 국제회의를 25회를 개최하고 수양개 관련 48편의 논문을 발표해 세계 각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참여해 수양개를 비롯한 다른 유적들과의 비교·검토를 하게 됐다.

이 이사장은 "이렇게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많은 발표를 했고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발표한 것도 유일하다"고 밝혔다.

또 외국 학자들도 이를 인정해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이름을 살려 국제회의를 하도록 인정해준 것이다.

수양개 관련 자료집
수양개 관련 자료집

그는 "이렇게 수양개와 관련된 국제회의가 56회고 논문으로는 81편이 된다"며 "4개주에서 아시아, 유럽, 북미주, 아프리카 등 11개 국가 28도시에서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을 어떻게 다 했는지 감회가 새롭고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며 "지금 생각해도 자랑스럽다"고 회상했다.

지난 2000년에는 한 해동안 2월에 인도네시아, 7월 초 영국, 7월 말 러시아, 11월 폴란드를 거쳐 12월 단양까지 수양개 유적을 알리려 노력했던 흔적을 보였다.

수양개는 고고학 조사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석기 유물로 외국과의 학술교류는 물론 국제회의 개최를 통해 수양개와 그 문화를 세계화 하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수양개학술상을 제정해 현재까지 13명의 학자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제24회 수양개국제회의(북경, CAS IVPP, 2019.12.1.~8)
제24회 수양개국제회의(북경, CAS IVPP, 2019.12.1.~8)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수양개 6지구 보고서'를 통해 2019년도 최우수 학술상을 수상해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개최하지 못했던 제25회 수양개 국제회의를 오는 10월에 전곡박물관과 단양에서 개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이지효
 

[인터뷰]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3지구 수양개 조사·발굴 지속해 선사유적공원으로"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수양개는 단양에 있는 박물관을 중심으로한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또 수양개국제회의도 단양군에서 주관해야 할 필요가 있죠. 이와 함께 수양개 3지구에 대한 유물을 조사, 발굴, 연구를 계속해 야외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은 수양개 1, 2, 6지구는 현재 물속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에 수양개 3지구에 대한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지구만이 온전하게 보존돼 있는 유일한 발굴유적이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현재 남아있는 현장에서 이를 재현하고 복원될 수 있기도 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유물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보조를 받아 조사·연구해 이곳이 사적지 범위로 들어가도록 해 선사유적공원을 만들어 현재 있는 박물관과 혼연일체 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수양개 유적 보존을 위해 박물관의 활성화와 더 나아가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위한 운동에 지역주민들도 힘을 합치겠다는 뜻으로 지난 2017년 5월 11일 창립한 수양개보존회를 중심으로 수양개와 박물관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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