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난감하네~, 난감하네~" 토끼의 간을 찾아오라는 용왕의 명에 별주부의 노래 첫 소절이다. 사표 수리에 대한 난감함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2020. 5. 22. 녹취록에 여실히 나타난다. 대법원의 난감함과 상관없이 이탄희 국회의원은 "판사는 신(神)이 아니다."면서 탄핵을 통과시켰고, 차기 대권 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난폭운전자는 처벌해야 한다고 한다.

녹취록을 들어 보니 작년 5월부터 법관 탄핵에 대한 말이 오고 간 것으로 보이고, 이 의원도 "이런저런 정치적인 이유로 미루고 말았던 국회의 헌법상 의무(탄핵)를 이행해야 한다"고 한다. 이 의원의 말과 같이 반드시 해야 하는 탄핵이었다면 그동안 왜 '정치적인 이유'로 미루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탄희 의원 신변을 이유로 들지만 발의 할 국회의원이 이 의원뿐만 있는 것은 아니니 변명치고는 궁색하다.

나름 '정치적인 이유'를 추론해 보면 첫째는 탄핵의 중대한 사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둘째는 탄핵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지금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의 시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 2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3개월 걸렸는데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니 시기 조절이 가능하다. 대표 탄핵 사유가 세월호 명예훼손 사건 관여이다. 세월호가 침몰(4월)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무능을 끌어낼 수 있는 때를 맞추어 탄핵을 가결한 것으로 민주당은 보궐선거에서 보수의 무능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쥐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전 국민은 깊은 미안함과 무능에 대한 분노를 집단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다. 이 트라우마는 슬픔, 분노, 폭발의 과정을 거치며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고, 문 대통령의 당선에 그리고 적폐 청산의 원동력이 되었는데 민주당은 이를 다시 소환하고 싶은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남자를 만났다는 기사가 가짜 뉴스라는 사실과 상관없이 세월호에 대한 전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일깨울 가능성이 높다.

산케이 신문의 세월호 7시간 동안 (미혼이던) 박 전 대통령이 남자를 만났다는 뉴스는 가짜 뉴스로 현 정부에서 증명되었다. 그 당시 가짜 뉴스에 힘입어 정치 공세를 펴던 민주당이 이제는 가짜 뉴스에 징벌적 배상을 하는 언론개혁법을 추진하면서 가짜 뉴스를 가짜 뉴스로 판결에 명시해 달라고 한 임 판사는 재판 개입을 이유로 탄핵 하는 모습은 법리를 떠나 참으로 아이러니(irony)하다. 또한 평소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격에 맞는 예(禮)를 강조하던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시기에 미혼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호텔에서 남자를 만났다는 가짜 뉴스를 생산한 일본 기자에 대한 지금의 소회는 어떤지 궁금하다. 어쩌면 산케이 신문의 가짜 뉴스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해했다고 외교 단절을 주장하고,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국내 언론에 대해서는 일본 신문에 기생하는 '토착왜구'라며 돌을 던졌을 것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과거 보수가 전 국민의 6. 25.의 트라우마를 이용한 애국을 외치어 표를 주웠듯 오늘날 세월호의 트라우마를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세월호의 아이들을, 전 국민의 슬픔과 분노의 집단 트라우마를 이용해서 표를 줍는 정치는 멈추어야 한다. 사법 농단(壟斷)의 농단이란 이익이나 권력을 독차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양승태와 재판 거래'라는 주제어를 사용했다. 농단과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이 다른 농락(籠絡)이란 단어가 있다. 농락은 새장과 고삐를 뜻하는 한자인데 오늘날 정치 공세라는 새장 속에 갇혀 있는 검찰, 정치가 잡은 고삐에 따라 끌려다니는 법원을 보며 사법 농단과 농락의 차이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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