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영한 부여·서천주재 국장

'까치 까치설날은 어제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지금에 와서는 듣기가 쉽지 않지만 오래전부터 설날이면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정겨운 동요이다.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를 뒤덮은 것도 모자라 1년이 넘도록 기세를 더해가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도 힘들고 지친 한 해였지만,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민족 최대 명절인 신축년 새해 설날을 맞이했다.

올해 설날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 가족이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그 덕분인지 아직까지는 일부 가족간 감염사례를 제외하고는 큰 탈없이 비교적 무사히 지낸 것으로 보인다.

설 다음날, 역별이 창궐하면 속수무책이나 다름없었던 옛 시절 마을에 있는 은행나무 덕분에 유행하는 전염병에도 화를 당하지 않았다는 선조들의 믿음으로부터 시작된 부여군 주암리 행단제가 내산면 주암리 천연기념물 제320호인 은행나무 앞에서는 열렸다.

주암리 은행나무는 백제 성왕 16년(538년)에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도읍을 옮길 당시 좌평 맹씨(孟氏)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수령이 15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이 은행나무는 지금도 마을 사람들이 영목(靈木)으로 추앙하고 있다.

질병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신축년 새해를 맞아 열린 이날 행단제는 마을은 물론 온 국민의 무병무탈을 기원하는 그 어느 해보다 뜻깊은 행사였다.

윤영한 부여주재 기자
윤영한 부여·서천주재 국장

비록 행사 자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규모로 진행됐지만, 참석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과 마을의 풍년을 기원했다.

신축년 새해. 주암리 행단제에서의 기원처럼 올해는 지난해의 다사다난함을 잊고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한 해, 지난해와는 다른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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