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요 며칠 눈이 내렸다. 바람도 쌩쌩 불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멀리 날려버린다. 신문 머리기사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상가풍경이다. 어느 업종은 안도하고 어느 업종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소상공인들의 마음이 요즘 날씨와 같지 않나 생각해본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간절한데 찬바람만 불어 가뜩이나 움츠러든 마음을 더욱 쪼그라들게 하는 현실 말이다.

이런 기사도 눈에 들어온다. "1월 취업자가 100만 명 가까이 줄며 1998년 1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취업자는 2천581만 8천명으로 1년 전보다 98만2천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 이후 최대 감소다.

이로써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1998년 1월~1999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실업자 증가폭은 1999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청년실업률은 9.5%로 치솟았다." 팬데믹의 암흑터널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아우성도 듣기 딱한 마음인데 지난 10일 발표된 통계청의 고용동향 보도는 고용시장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11개월째 감소, 통계작성 이후 최대, 이런 용어들은 아마도 다음 달 보도에도 또 인용될지도 모른다. 매월 암담한 기록 갱신을 이어 갈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한다.

그나마 충북은 고용률 58.8%(OECD기준 66.9%)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2%p 하락, 실업률 4.2%로 지난해 같은 달과 동일하다고 하는데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충청북도는 소상공인의 폐업 증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실효성있는 정책이 마련되어 무거운 짐을 나눠질 수 있으면 좋겠다. 고용시장에서 그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청년실업 문제다.

학교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등교하고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줄어들었다. 지난 해 입학한 새내기는 서로 얼굴도 모르면서 2학년이 되었다. 봄을 맞으면서 MT를 기대하는 시기여야하는데 상황은 이런 소박한 낭만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우울하다. 그런 우울함에 통계청의 발표는 찬물을 끼얹는다. 그래서 더욱 우울해진다.

그래도 취업지원기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 아이디어를 궁리하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취업지원센터를 찾는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도와주는 방법에 더해서 취업동아리를 만들게 유도하고, 자신의 전공과 원하는 직무를 조금 더 상세히 분석하도록 해서 취업에 유리한 고지에 먼저 오를 수 있도록 지원방법을 바꾸고 있는 추세다.

충북청년희망센터 또한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으로 '청년센터' 제안서를 제출하고 청년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에 선정될 경우 지역의 대학들과 연계하여 청년들의 취업활동과 역량강화를 위한 사업을 마련하고 협업하려 한다. 충북일자리지원센터는 지난 해 보다 100명 더 많은 구직자를 취업시키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1월중에 132명을 취업시켰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의 일자리지원기관들은 묵묵히 기업과 구직자를 돕고 있다.

한국일보 기사(2월 17일)에서 "악보 못보고 근본 없는 음악이지만.."이라는 제목에 시선이 멈췄다. JTBC의 예능프로그램 '싱어게인(Sing Again)'의 우승자 인터뷰 내용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방구석 음악인으로 자신을 낮춰 부르며 다른 가수의 재능을 부러워하는 배 아픈 가수가 이뤄낸 성과가 신선했고, '장르가 30호'라는 말로 자신 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자하는 모습이 대견했고, 간택 받아야 살아남는 경연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나'를 찾는 데 주력했다는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 분투한 당당한 MZ세대 청년에게 감탄했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자세가 바로 '나다움'을 찾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나를 찾는 묵묵한 발걸음이 시간이 지난 다음 자신이 이뤄낸 성과를 보고 만족하는 날로 이끌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경연에 참가했던 또 다른 참가자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저는 노란신호등 같은 가수입니다. 겨우 3초 동안 불을 밝히지만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빛을 발한다"는.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어려운 상황에 힘겹게 견뎌 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자신을 믿자고. 꿋꿋하게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노란신호등처럼 잠깐의 불을 밝히지만 제 몫을 충실히 하자고. 그런 마음가짐의 청년들을 도울 수 있는 지원기관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눈 온 아침. 회사 현관에는 직원들이 빗자루와 넉가래로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다. 쓸려나가는 눈과 함께 우리의 근심도 쓸려나갔으면 좋겠다. 곧 봄이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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