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익송 충북대 교수 충북대 '황소상' 추진했지만
이해 충돌로 불발 그의 배려에 깊은 감사·애도

2014년 진익송 교수가 안식년을 뉴욕에서 보낼 당시 아르투로 디모디카(왼쪽) 조각가와 뉴욕 트라이 베카 커피 숍에서 함께 찍은 사진. / 진익송 교수 페이스북
2014년 진익송 교수가 안식년을 뉴욕에서 보낼 당시 아르투로 디모디카(왼쪽) 조각가와 뉴욕 트라이 베카 커피 숍에서 함께 찍은 사진. / 진익송 교수 페이스북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물인 '돌진하는 황소상(Charging Bull)'을 제작한 이탈리아 조각가 아르투로 디모디카가 80세의 생을 마치고 사망했다고 뉴욕 현지 언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진익송 충북대 조형예술학과 교수는 그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고 있다.

진 교수가 남긴 글에는 지난 2015년 충북대학교 교문 재건축 당시 그의 황소상 작품을 의뢰해 충북대 교문 앞에 설치하고자 했었다.

당시 이를 추진했던 진 교수는 충북대의 상징인 황소상과 그의 작품이 부합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의 황소상 작품을 의뢰했었고 많은 협의과정을 거쳤었다고 밝히고 있다.

진 교수는 "아르투로 디모디카 조각가에게 충북대가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을 위한 상징적 미래를 위해 그의 작품을 매입하고자 한다는 요청에 그는 늘 관대하게 우리의 제안을 수용해 줬었다"며 "이렇게나마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아르투로 디모디카 조각가는 적은 예산에도 그의 작품을 주겠다고 허락했고 뉴욕의 황소상 보다는 작은 사이즈로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학내 여러 다른 이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결정을 실행하지 못한 채 황소상 없이 교문은 개축 완료됐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물인 돌진하는 황소상 앞에서 진익송 교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진익송 교수 페이스북
뉴욕 월스트리트의 상징물인 돌진하는 황소상 앞에서 진익송 교수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진익송 교수 페이스북

진 교수는 "나는 같은 작가로서 그와의 협상과정 중 세상을 향한 그의 온화한 성품과 예술가적 전문성을 경험했었다"며 "그는 우리 학교가 비영리 교육기관임을 강조하며 작품가격을 낮춰줄 것을 조심스럽게 요청할 때마다 단 한번도 거절하지 않고 관대히 수용해 줬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러한 것이 협상 당사자인 나로하여금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고, 그가 어떤 비즈니스적 차원을 초월한 아름답고 훌륭한 작가임을 깨닫게 됐었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그의 임종소식에 지난 일들이 다시 떠오르며 그 때의 송구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이 교차돼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며 "그의 영혼이 행복한 안식을 얻고 그의 황소상 작품이 뉴욕의 소중하고 영원한 보석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돌진하는 황소상'은 길이 4.9m, 무게 3.5t에 달한다. 1987년 10월 전 세계 주식 대폭락의 시발점이 된 '블랙 먼데이' 사태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디모디카는 훗날 "스스로 강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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