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찰청, 조례안 관련 안갯속 첫 협의 진행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오는 7월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충북도가 충북경찰청을 하위기관으로 인식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경찰 패싱'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와 경찰은 23일 충북형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첫 '조례안' 협의를 진행했다. 해당 조례안은 경찰청법을 상위법으로 두기 때문에 경찰과의 의견조율이 중요하다. 이에 경찰은 조례안 협의를 진행하기 전 개괄적 내용을 공유해 줄 것을 도에 요청했다. 하지만 도는 회의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백지상태에서 열린 이날 회의는 각 기관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경찰을 협의주체로 인식하지 않는 모습은 지난 17일 열린 충북도 주관 주요현안 자문회의에서도 벌어졌다. 경찰은 해당 일정을 자문회의에 참석하는 한 인사로부터 확인했다. 참석 이유는 자치경찰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에 경찰은 도에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도는 회의 성격상 경찰의 참관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지속된 요구에 결국 이를 승인했다. 주요현안이라고 얼버무려진 회의 진행은 도자치경찰TF팀이 맡았다.

크고 작은 협의 과정에서 패싱된 경찰은 결국 '조례안 처리 연기'라는 중대한 결정에서도 외면됐다. 3월 중 조례안 처리를 목표로 달려오던 경찰은 어쩔 수 없이 도의 계획에 따라 일정을 수정했다.

도의 일방통행이 계속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A경찰관은 "도민 입맛이 아닌 이시종 지사 입맛에 맞는 자치경찰제를 만들려다보니 도의 실무진 협상력은 낮아지고, 제도 시행을 위한 결정도 늦춰지고 있다"며 "시행 전부터 자치경찰에 정치가 개입하는 모습이 비춰지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B경찰관은 "도의 태도에 불만이 있긴 하지만, 결국 자치경찰제는 도와 경찰이 함께 해야 할 부분"이라며 "양 기관이 서로 존중하며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맞물려야 할 양 기관의 톱니바퀴가 엇갈리면서 그 부담은 도민에게 향하고 있다. 도는 5월 초부터 충북형 자치경찰제 시범운영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추천위원회와 충북자치경찰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그러나 도는 아직 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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