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힘든 시기지만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자연의 기본적인 법칙입니다. 모든 생명들은 주위의 환경에 맞춰 진실되고 열정적으로 생명을 이어갑니다. 물론 인간도 스스로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애써서 살아갑니다.

요즘 인간의 생명의 위협하는 팬데믹 시기에 정의(正義), 공정(公正)이란 단어가 큰 이슈입니다. 백신의 접종 여부와 순번, 재난지원금 지급 선정 등을 비롯하여 갑질, 학폭, 직업군의 이기주의 등 이런 소식을 접하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내용에 맞춰 분노, 인정, 슬픔, 기쁨 등을 각자 생각에 따라 표현하며 감정의 대립은 이어집니다.

인간이 사는 삶에도 이렇게 많은 정의와 공정을 이야기하는데 좀 넓게 보면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 중 인간은 어느 정도에 정의와 공정을 차지하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베스트셀러이자 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란 책에서 인간의 능력주의를 다루는 내용을 보면 인간의 능력은 생태계에도 충분히 미치고 있습니다.

인간은 능력으로 자연환경에서 승자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능력은 과학이라는 탈을 쓰고 개발,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의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연상태의 에너지를 바꿀 수 있다는 능력이 인간에게만 쥐어진 특별한 능력이라는 오만에 빠졌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의 모든 생명들은 수 억년이 넘게 에너지를 활용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만이 지금 누리고 있는 풍요로움은 오직 자기 노력의 결과라고, 다른 생명들과 달리 천부적으로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멸종되고 도태되는 생물에게 진화가 부족해서 그렇다는 명분을 내세워 존재를 깔보도록 합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잡초라 불리는 다양한 풀들도 지구에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의 오만은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기고 하찮게 대합니다. 이런 하찮은 풀들은 지구에서 인간이 나오기 전부터 몇 억년을 넘게 적응하며 살아온 생명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버텨온 생명입니다. 인간 개체를 독립적으로 떨어뜨려서 본다면 식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마른 잡초가 불을 사용할 수 있게 하였고 벌판에 흔한 야생 풀들의 씨앗이 식량이 되었습니다. 혼자만의 능력으로 인간은 과연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인간의 능력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능력으로 자연의 섭리도 조절할 수 있다는 착각입니다. 강을 막고 수위를 조절하여 물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어떠한 환경 오염원이 발생해도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등 인간의 충분한 능력으로 생태계를 조절하며 관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생명들을 탄생시키고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인간 능력주의 오만의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야생의 상태로 돌아가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사실적으로 그럴 수 없습니다. 인간도 인간이라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능력주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충분한 능력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은 막대한 강대국인 미국 역시 아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태계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공정은 앞서 설명한 책에 대안이 있습니다.

인간 능력주의 시대가 풀어버린 생태계 연대의 끈을 다시 이어야 합니다. 자연을 경외하고 존중하고 살아왔던 생태적 공동체성을 찾아야 합니다. 인간이 지금 누리는 풍요로움의 바탕은 본래 자연에 있던 것을 운이 좋게 발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또한 지구의 에너지는 모든 생명들이 분배돼야 할 공동 자산이며, 그 분배에서 비롯되는 편익은 무엇이든 공동체적으로 향유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 중 자연의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분배해야 합니다. 물론 토지에 대한 영위권도 포함입니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지구의 어떤 것도 우리가 평생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간 역시 토양의 일부로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일원입니다. 우리가 지속해서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생톄계의 공정(公正)함을 잊어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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