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김구응 독립선언서 낭독 동상 설치 요구
천안시 "조형물에 모두는 못담아, 조병옥은 철거" 이견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가 김구응 동상 설치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창림/천안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가 아우내 만세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구응의 독립선언서 낭독 동상 설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구응 동상 설치 요구는 천안시 병천면 독립만세 기념공원 내에 설치된 '그날의 함성' 조형물 중 조병옥 동상의 철거와 함께 이뤄져야한다는 게 민족문제연구소의 주장이다. 그러나 천안시는 유관순 열사를 기념하는 공원에 다른 특정 인물의 동상 설치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그날의 함성 철거와 보수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천안시 병천면 아우내 독립만세 기념공원에는 1919년 4월 1일 아우내 만세운동을 형상화한 '그날의 함성'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그날의 함성은 횃불을 든 유관순 열사가 선두에 서고 민중이 뒤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 조형물 끝에는 나비넥타이를 한 양복차림의 조병옥 박사의 동상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는 "1919년 4월 1일 당시 조병옥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다"며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조병옥 동상의 철거를 요구해 왔다.

특히, "조병옥은 제주 4.3 항쟁 당시 경무부장으로 제주도민 약 3만명을 학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독립만세 기념공원에 버젓이 조병옥 동상을 건립한 천안시는 70만 제주도민에게 사과하고 제대로 된 동상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시는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지적을 받아들여 올해 5천만원의 조형물 부분 철거 및 보수 예산을 세웠다. 시는 오는 3월 중 조병옥 박사 부분 동상 철거를 시작하고 그 자리에 다른 인물의 동상을 추가할 계획이다. 추가되는 다른 인물의 동상은 당시 만세 운동에 참여한 조병옥 박사의 아버지를 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독립만세 기념공원에 설치된 '그날의 함성' 조형물. 사진 왼쪽 가장 끝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는 조병옥의 동상이다. /천안시 사적관리소 제공<br>
독립만세 기념공원에 설치된 '그날의 함성' 조형물. 사진 왼쪽 가장 끝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는 조병옥의 동상이다. /천안시 사적관리소 제공

이와 관련 민족문제연구소 최기섭 천안지회장은 "김구응님은 유관순 열사에 가려 있으나 실질적 4.1 아우내 만세운동을 주도했으며 만세운동 당일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앞장서다 일경의 총검에 그 자리에서 순국했다"며 김구응 동상 건립 정당성을 설명했다.

반면 천안시 관계자는 "김구응에 대해 역사적으로 확인된 부분이 없다"면서 "당시 19명이 순국했는데 이 분들 모두를 조형물에 담을 수는 없다"고 말해 민족문제연구소와는 입장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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