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2주년] 역사를 기억하는 '충청의 청년들'

이상민 충청평화나비 대표가 '청년들 사이에 퇴화된 태극기 상징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명년
이상민 충청평화나비 대표가 '청년들 사이에 퇴화된 태극기 상징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박기원 기자] 1919년 3월 1일, 청년들의 항일운동의 중심에 '태극기'가 있었다. 우리민족의 희로애락을 오롯이 담은 태극기는 평화투쟁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귀중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102년이 지난 지금, 태극기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일부 청년들의 역사의식은 옅어지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권익보호를 위한 비정부기구(NGO)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를 4년째 이끄는 이상민(26·여) 대표는 "청년들 사이에 태극기가 상징하는 독립과 국권 회복의 의미가 점차 퇴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역사를 희화화 하는 잘못된 '놀이 문화'가 도를 넘은 이유 역시 희미해진 역사의식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을사오적 이완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위기의 조선을 구해낸 최고의 재상'으로 추앙받는 것은 예삿일"이라며 "최근에는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를 동성애 연인 관계로 묘사한 이미지가 일파만파 유포돼 '알페스(실존인물 사이 가상의 애정관계를 묘사한 창작물) 처벌법' 제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가 '조선인 위안부는 공인된 매춘부'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외국에서도 일제 강점 역사에 대한 왜곡 문제가 만연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할머니들은 오랜 세월 마음에 한을 품고 살아오신 분들"이라며 "세계인이 본인들을 '자발적 매춘부'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적 충격을 받으실까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상민 충청평화나비 대표가 '청년들 사이에 퇴화된 태극기 상징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명년
이상민 충청평화나비 대표가 '청년들 사이에 퇴화된 태극기 상징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명년

청년들이 주축이 되고 있는 평화나비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논란을 계기로 온라인상에서의 역사인식 바로잡기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앞서 이 대표는 불순한 게시물을 일일이 캡처한 뒤 유관 기관에 삭제를 요청하는 방안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매일매일 쌓여가는 게시물이 삭제되는 시간은 더디고 또 더뎠다.

'사후처리식 대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 한 이 대표의 시선은 자연스레 '역사 교육 확대'로 향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 이용층이 어린 세대인 점을 고려했다. 일제 강점의 역사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녹여낸 '그림자 인형 역할극' 기획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19의 가파른 재확산세를 고려해 온라인 플랫폼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도내 첫 만세운동이 펼쳐진 괴산장터와 이곳에서의 투쟁을 이끈 홍범식 선생 고택 등 지역에서 소외된 독립운동의 흔적을 발굴하는 유튜브 영상 등도 꾸준히 제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7년 전 충북 첫 소녀상 건립 운동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유형의 상징물을 후대에 남겨야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면, 앞으로의 올바른 역사교육 운동은 무형의 본질을 청년들에게 세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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