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올해 설 명절도 지난해 추석에 이어 청탁금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김영란법)에서 한시적으로 공직자에게 선물가액을 20만 원까지 상향해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엇갈린 방침에 공직사회에서 혼돈이 발생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농수산물 판매 활성화를 위해 설 명절에 공직자에게 선물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다수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구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설 명절 선물 안 하기 운동'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공직감사팀도 가동했다고 한다.

공직자들은 정부 방침을 따를지, 본인이 소속한 기관의 지시를 이행할지 혼란스러워 엇박자 정책에 씁쓸함이 더했다는 후문이다. 청탁금지법을 제대로 알았다면 이런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탁금지법에서도 공직자에게 선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지 5년째 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공직자에게 밥도 못 사고, 선물과 돈을 못 준다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이 없으면 100만 원 수준까지 선물도 돈도 줄 수 있다. 만약 직무관련이 있다면 5만 원 이내로 한정한다. 친족이 주는 경우 등 7가지 사항으로 금액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주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공직자와 직무가 관련된 자가 공직자에게 주는 금품이다. 청탁금지법의 핵심은 지난날 직위와 직책에 따르는 권한과 영향력으로 공직자에게 금품을 줄 수밖에 없었던 부패문화를 근절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공직자가 직무관련자로부터 선물 받을 수 있는 한도를 5만 원(농수산물 10만 원)으로 정했다.

직무관련자와 3만 원 이내 밥도 먹을 수 있다. 경조사 때는 5만 원(농수산물 10만 원) 이내 금품이나 선물도 할 수 있다. 딱 여기까지다.

현재 공직사회에는 더치페이,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등 청탁금지법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두 번의 예외 허용으로 그동안 쌓아 온 공든 탑이 무너져 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책이라는 명분하에 기준을 흔든다면 청탁금지법은 그때그때 다른 법이 될 수 있다.

맹자 이루 편에서 "가히 받을 만하기도 하고, 받지 않을 만하기도 한데도 받으면 청렴을 손상하는 것이다. 가히 줄만 하기도 하고 주지 않을만하기도 한데도 주면 은혜를 손상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김홍민 서울취재본부장

선의의 선물과 대가를 바라는 뇌물을 구분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번의 조치가 지난날 우리 사회에서 만연했던 '안 줘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줘야 될 것도 같은' 선물 문화를 부추긴 것이 아닌지 우려와 함께 청렴의 가치가 혼동되지 않길 바란다. 반부패 관련 정책은 초지일관의 자세로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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