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충청권 광역철도 국가계획 반영' 50만명 공문 전달
농협 '자발적 참여' 답변… 54곳서 홍보 현수막 걸고 진행
'도금고 선정' 의식 눈치보기… 정작 도에선 온라인 활동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25일 청주시 상당구 농협충북유통 하나로마트에서 직원들이 매장을 찾은 고객을 붙잡고 충청권광역철도 국가계획반영 서명을 유도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25일 청주시 상당구 농협충북유통 하나로마트에서 직원들이 매장을 찾은 고객을 붙잡고 충청권광역철도 국가계획반영 서명을 유도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충북도가 지역 금융권에는 현장 서명을 받으라는 식으로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는 지난 15일 '충청권 광역철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4차) 반영을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목표는 50만 명이다.

오는 28일까지 서명을 받고 이를 집계해 다음 달 초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명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만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도내 곳곳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우려되는 현장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충북본부는 지난 22일부터 농·축협, NH농협은행 금융점포, 하나로마트 등 도내 65곳에 홍보 현수막을 걸고 방문객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고 있다.

농협 직원들이 서명 부스를 만들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을 붙잡아 '서명 호객'을 하고 있다.

농협 측에서는 도민 여론을 반영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하지만, 확인 결과 도에서 현장 서명 내용의 담긴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명을 받은 뒤 오는 3월 1일 결과를 집계해 회신해 달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농협뿐만 아니라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 다른 유관기관에도 오프라인 서명을 유도하는 공문을 보냈다.
자신들은 코로나 전파를 걱정해 온라인 서명만 받으면서 금융권에는 현장 활동을 하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충북농협 관계자는 "현장 서명은 농협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코로나 전파 가능성이 크게 없다고 보고 현장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농협에선 매년 5조원이 넘는 일반·특별회계 등을 관리할 도금고 선정 권한을 가진 도의 요청을 쉽게 거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도는 온라인 서명을 주로 받는다. 지난 15일 밤부터 도청 인터넷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상에 서명 창구를 개설해 도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시종 지사의 올해 1순위 현안이라도 자칫 '책임질 일'이 발생할 것을 걱정한 듯 담당 부서는 물론 도청 다른 직원들까지 온라인에만 머물고, 현장 활동은 관련도 없는 농협에서 담당하고 있다.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책임은 농협은 물론 이를 지시한 충북도가 떠안아야 한다.

도의 서명활동은 온라인상에서 25일 오후 4시 현재 목표의 37% 정도에 불과한 18만8천 명으로 저조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오는 28일까지 목표 50만 명을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목표치에 접근하지 못할 경우 눈치 보기에 바쁜 농협에선 방역수칙을 무시한 경쟁적인 현장 서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도 관계자는 "기본원칙은 온라인 서명이지만, 방역에 문제가 안 된다면 판단해서 오프라인 서명을 하라고 유관기관에 전달했다"며 "도청 직원들이 현장에서 서명을 받는 활동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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