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요즘 우리 사회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AI이다. 조류 독감(Avian Influenza)를 말하기도 하고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칭하기도 한다. 조류 독감에 감염되어 살처분한다는 뉴스를 접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부는 닭과 오리에 대한 반경 3km 이내 살처분 대상을 반경 1km 내에서 발생 종과 동일한 종으로 축소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수많은 닭과 오리가 땅에 묻히는 일을 조금은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조류 독감이 아니라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엊그제 남자 단식 결승전을 끝으로 경기를 마친 호주 멜버른 테니스 대회는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로 연중 가장 먼저 치러지는 대회이다. 그런데 결승전 중계에서 선심을 볼 수가 없었다. 보통 경기의 중요도를 고려하여 6명에서 9명까지 배치하던 선심이다. 아마도 유심히 보고 들은 사람이라면 선심이 없는데도 '아웃'과 '폴트'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 소리는 기계음이 아니라 호주의 '의료진'과 '소방관'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호크 아이'라고 불리는 인공 지능 로봇의 판단에 따라 내리는 주심의 판정에 이의를 다는 선수가 없다. 전에는 코트에서 라켓을 부수며 주심에게 항의하는 코트의 악동들이 꽤 있었지만 AI의 판정에는 수긍한다. 그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전에도 그랬다. 작년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는 1천명 이상의 심판들이 있었다. 선수들은 그들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호크아이'의 판정을 비디오로 표현해 보여준다. 그러면 그대로 수긍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작년 US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도 선심을 호크아이가 대신하여 사람 선심이 없었다. 정현 선수가 출전하여 남자프로테니스(ATP) 2017년 넥스트제네레이션 밀라노 대회에서 역전승하며 우리에게 친숙했던 그 경기에서도 '호크아이'의 판정으로 선심의 콜을 대신했었다. 선심 없는 첫 국제 테니스 대회로 기억된다.

AI가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세기의 바둑대결로 잘 알려진 '알파고'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고 이제는 산업체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 분야의 AI 도입은 이미 진행 중이고 정부도 다른 여러 분야에서 2021년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에도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의 정부 부처들이 인공지능 중심의 신규 과제들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상태가 속출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관련 학과의 신설을 정부가 적극 권장하고 있는 입장이다. AI를 활용한 자율주행 자동차, 맞춤형 교육 등이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률과 의료 분야에서도 그 효용성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에서 '로스(ROSS)'라는 AI 변호사가 뉴욕의 대형 로펌에 취업했다는 뉴스는 2016년에 들었고 한국에서도 2019년에 처음으로 법률인공지능 경진대회(알파로)를 열었고 인간변호사 2인 1조로 9팀과 Legal AI(알파로)+변호사 2팀, Legal AI(알파로)+일반인 1팀으로 구성되어 진행됐는데 결과가 놀랍다. 1등부터 3등까지 모두 AI 팀이었다. 일반인이 포함된 팀이 전문가인 변호사로 구성된 팀들을 누르고 3등을 했다. 이제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AI가 깊숙이 파고들며 우리의 일상생활을 변화시키게 될 거라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경우는 이미 그 성능의 우수성과 효율이 입증되고 있고 학습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매우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의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 수준은 미국 대비 80% 정도로, 중국과 일본보다도 낮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인 빅데이터 기술 수준도 이들 나라보다 못하다, 그나마 응용 소프트웨어의 기술 수준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을 저해하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를 풀어야 활발한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 두뇌의 우수함으로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판정에 이의를 달지 않는 AI의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