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힘들고 집값 비싸 '일확천금' 노리는 서민 증가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위치한 청주 유명로또명당. /박건영<br>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위치한 청주 유명로또명당. /박건영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회사에서 다들 주식, 암호화폐 등 재테크 얘기로 바쁜데 저 같은 제태크 안하는 사람은 벼락거지가 되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로또를 구매하고 있어요."

지난 2일 오후 8시 마감직전에 로또를 구입한 박 모(42)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소외된 기분을 밝혔다.

'벼락거지'란 일명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자조적으로 가리키는 신조어다.

주변에서 주식 등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에 박씨는 지난해부터 매주 로또를 구매하고 있다.

박씨처럼 재테크할 돈도,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로또'로 몰리고 있다.

특히 1등 당첨자가 나온 판매점은 소위 '명당자리'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 줄까지 서야 하는 지경이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위치한 로또판매점은 1등 당첨자 9명을 배출했다.

청주 소재 로또판매점 중 가장 많은 1등 당첨자가 나온 곳이다.

최근 947회차(1월 21일)에도 1등을 배출하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간 1등이 3번이나 나온 유명 로또명당 판매점이다.

이곳에서 20년 로또판매점을 운영해온 A씨는 "지난해 1등 당첨자가 많아 소문을 듣고 온 손님이 증가한 것 같다"며 "하지만 복권이 주류나 담배처럼 불황에 더 잘 팔리는 것의 영향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위치한 또 다른 로또판매점은 1등 당첨자 6명, 2등 당첨자 47명을 배출하며 로또 명당 중의 명당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이로 인해 '명당'의 기운을 받겠다며 로또 마감일 임박인 금요일, 토요일 사람들이 몰리며 줄까지 서야 로또를 구매할 수 있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위치한 로또판매점의 1등 당첨내역. /박건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위치한 로또판매점의 1등 당첨내역. /박건영

매주 알바 가기 전 로또를 구매하기 위해 이 판매점을 들르고 있는 대학생 김찬영(25)씨는 "취업도 힘든데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월급 받아 집을 사려면 수십 년을 모아야한다"며 "당첨 여부를 떠나 사놓고 일주일을 기다리면 그때만큼은 설레는 기분이 든다"며 로또를 통해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로또 열기를 증명하듯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판매액은 4조7천370억여원으로 역대 최고다.

역대 최대 판매액을 달성했던 2019년 4조3천82억원 대비 10%정도 증가한 것이다.

특히 충청권의 상승세가 눈에 띄었다.

국회 김수흥 의원(익산 갑, 기재위)이 기재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지역별 로또복권 판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로또복권 1인당 판매액이 가장 높은 곳은 충남으로 1인당 평균 5만5천300원이다.

이어 충북이 4만8천300원, 서울 4만6천100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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