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차장

유명인들의 학교폭력 이력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평생 상처를 안고 사는 피해자들의 절규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수년전만 해도 약자로 대변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조명 받지 못했다. '왜 지금 와서 옛날 일을 들추고, 잘 사는 사람 건드리냐'는 시선이 피해자들을 더욱 움츠리게 했다. 이로 인한 2차 피해도 상당했다.

다행히 2021년 현재는 다르다. 과거의 사건이더라도 피해사실이 명확하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이들에게는 이 잣대가 더욱 엄격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흐름과 역행하는 곳이 있다. 공군최정예를 양성하는 공군사관학교다. 수십년간 유지돼온 '폭행의 일상화' 덕에 어지간한 사건은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문제가 되더라도 사건은 금세 묻힌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여러 건의 폭행사건 모두 축소·은폐됐다. 교수의 폭행모습을 보고 자란 생도는 후배 생도를 때린다. 피해생도는 군 내부에서의 문제제기를 포기한다.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공사 내부인들은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교수들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보직과 달리 교수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공사가 평생직장이다. 1~2년에 한 번씩 바뀌는 쓰리스타 교장이 무섭지 않은 이유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휘관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차장

공사생도, 훈육관을 모두 거친 A씨는 공사 폭행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했다. A씨는 이런 문제에 회의를 느끼고 전역을 결심했다.

공사는 지난 2일 제73기 사관생도 217명을 받았다. 부푼 꿈을 안고 공사에 지원한 이들만큼은 A씨와 같은 상처를 안고 전역하지 않길 바란다. 교수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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